정부가 24일 등유를 자동차 연료로 판매한 업자뿐 아니라 쓴 사람도 50만~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법 개정을 놓고 시민들 사이에 "단속하는 것이 맞다" "생계유지가 힘든 서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이라는 의견이 갈려 논란이 많다.
◆제발 좀 먹고 살자
한달 전부터 등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영업사원 안모(28)씨는 정부의 등유 사용자 처벌방침을 듣고 한숨만 내쉬었다. 예전에는 25만원으로 한달을 버틸 수 있었지만 요즘은 40만원 이상을 기름값으로 지출하고 있다. 월급 140만원 중 30% 가까이 기름값으로 빠져나간다. 안씨는 "노무현 정권에서는 경유 가격을 휘발유가 대비 85%에 맞춘다며 세금을 올리더니 이제 와서는 나 몰라라 하며 세수 늘리기에 정신이 없다"며 "처벌은 경유값을 휘발유의 85% 선으로 조정한 후에 하는 게 맞다"고 했다.
11t트럭을 운전하는 이모(59)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구미와 부산을 오가며 화물차량을 운전하는 이씨의 한달 평균 경유량은 2천500ℓ. 제값 주고 경유를 사용하면 한달에 480만원가량 들지만 보일러 등유를 사용하면 380만원으로 운행이 가능해 100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씨는 "아직까지 화주가 물류비 인상을 미루고 있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오한기 사무부장은 "화물연대 측은 고유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정유사의 원가공개를 요구하고 과다이득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가 받아주지 않았다"며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통해서는 유가 문제 해결이 힘든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래도 원칙은 지켜야…
6월 셋째주 기준 경유값은 1천907원. 하지만 보일러 등유 평균 판매가는 1천505원으로 경유에 비해 20% 이상 싸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5월 석유제품의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전체 소비량은 1.4%, 경유 소비량은 2.4% 감소했지만 보일러 등유 소비량은 6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여름에 등유 소비량이 급증한 것은 등유가 차량 연료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등유를 차량용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도 급증했다. 올 들어 4월까지 적발된 주유소는 전국에서 2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다수 경유차 운전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불법 등유 사용을 단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많다. 황성환(34)씨는 "세금 낼 거 다 내고 주유소에서 경유 넣는 사람은 바보냐"고 주장했다.
지식경제부는 환경오염을 막고 차량 고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유류세 경우 경유는 404원인데 반해 등유는 178원에 불과해 등유 사용으로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고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국회 통과 후 올 10월쯤 시행될 것"이라며 "먼저 경유 사용량이 많은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태료는 1천ℓ 미만은 50만원, 1천ℓ 이상은 250만~3천만원 등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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