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 '도박장 무전기' 경찰비리 아니길

안동 경찰이 '도박장 경찰 무전기' 사건으로 뒤숭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일이 경찰관 비리 사건으로 크게 불거지지나 않을까 염려해서다.

지역민들도 도박장에서 발견된 무전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심지어 경찰 조직 주변에 떠돌던 비리 경찰에 대한 루머들이 술상 안줏감이 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문제의 당사자인 A경사에 대한 금융과 통신조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에게 출두를 요구했지만 대부분 잠적한 상태다. A경사는 아프다며 병원에 입원해 버렸다. 게다가 지구대 CCTV를 통해 A경사가 언제쯤 무전기를 들고 나갔는지 판독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무전기를 분실했다고 진술한 18일과 20일에도 감시카메라 판독 결과 A경사는 무전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달치를 몽땅 가져와 화면만 멍하게 쳐다보는 게 수사의 전부다.

무전기 관리를 소홀히 한 것도 비난받고 있다. 무전기 분실 때는 즉시 보고해 식별번호 삭제로 사용치 못하도록 조치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도박장에서 발견된 무전기는 비밀번호조차 해제된 상태였다. 모든 무전기는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설정해 만약의 사태에도 경찰 정보가 새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퇴근 때 총기는 반납했지만 무전기는 집에까지 가져가는 게 다반사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도 사건 당일 무전기를 분실했다고 진술한 A경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A경사의 말대로 단순한 실수에 의한 분실로 사건이 마무리되길 바라지만 미심쩍은 점이 너무 많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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