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선택하지 않은 위험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에서 떨어진 부품에 맞아 죽을 확률이 더 높을까, 아니면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이 더 높을까. 대부분은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의 이야기지만 떨어진 비행기 부품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상어에게 물려 죽을 가능성보다 30배나 높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이같이 생각하게 될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건을) 얼마나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는가, 얼마나 더 쇼킹한가에 따라 사건의 빈도를 추정하기 때문이란 것이 심리학자들의 진단이다.('심리학 카페' 스콧 플라우스)

광우병 공포도 마찬가지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양의 쇠고기를 먹느냐, 먹는 기간은 얼마나 되느냐,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했느냐 안 했느냐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현재까지 나온 결론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낮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는 광우병의 실체가 엄청난 공포감을 일으키는데다 여러 차례 보도된 영국의 광우병 뉴스로 그 위험성을 생각해내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도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했거나 자신의 통제 범위 내에 있다고 여겨지는 위험은 쉽사리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위험은 발생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강하게 거부한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폐암이 내 통제범위 내에 있다, 즉 나는 폐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광우병은 스스로 선택한 위험이 아니다. 따라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광우병에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의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정병걸 동양대 교수) 정부가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미국산 쇠고기가 99% 안전하다고 했지만 국민들이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는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 중 하나가 정책 결정시 위험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집회는 인간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인간이고 국민이며 정부는 그들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을.

정경훈 정치부장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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