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영섭의 올 뎃 시네마]쿵푸 팬더

초고도비만 팬더의 역발상 메시지 "네 안의 영웅을 깨워라"

평균 수면시간 22시간, 이동속도 시속 30cm, 키 120cm에 몸무게 160kg인 초고도비만. 이런 자가 쿵푸를 한다면 거북이가 육상선수를 한다고 나서고, 개미가 높이뛰기 선수를 한다고 나설 판. 그러나 국수가게 아들 팬더'포'는 어느 날 최고 기량의 쿵푸 마스터를 뽑는 날, 우그웨이 사부가 그에게 포스가 느껴진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쿵푸 마스터의 후계자가 돼 버린다.

'쿵푸 팬더'는 영리하고 즐거우며 흔쾌히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내공을 발휘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드림웍스가'슈렉'으로 재미를 본 이후'슈렉'의 아성을 깰 주인공이 쿵푸하는 팬더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은 슈렉처럼 동화를 비틀지도 아니하고 디즈니를 패러디 하지도 않은 채, 자기자신이 오리지널이 되어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가장 놀라운 것은 쿵푸의 동작 그 자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초절정 3D의 공간감각. 근 20년간의 애니메이션기술의 발전이 피부로 느껴졌다. 타이그리스(호랑이)의 호권, 몽키(원숭이)의 후권, 바이퍼(살무사)의 사권, 크레인(학)의 학권, 맨티스(사마귀)의 당랑권이 하늘을 갈라놓을 때마다, 영화에서 생기는 절묘한 리듬감각은 그 옛날 이소룡의 영화를 볼 때처럼 호쾌하다. 특히 식탐이 강한 포를 훈련시키기 위해, 시푸 사부가 만두 하나로 그를 요리하며 교와 합을 맞추는 장면은 잘 다듬어진 카덴자처럼 절묘한 리듬을 풀어 나간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팬더가 쿵푸를 한다는 역발상 외에도 포 스스로가 가장 무기력하다고 생각한 단점, 즉 출렁이는 뱃살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트럼펠린이 돼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역발상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맥거핀으로 밝혀지는 용문서의 비밀, 늘 가문의 피속에는 육수가 흐른다고 주장했던 포의 아버지가 오리라는 수상한 사실이 겹쳐지면서 쿵푸팬더는 액션과 이야기 양수 겹장을 갖춘다.

또한 보너스로 애니메이션을 보며, 스크린 밖의 목소리를 통해 과연'후즈 후?'누가 누구인지 맞춰 보길. 정말 배가 남산만한 잭 블랙이 포 역할을, 등에 커다란 호랑이 문신이 실제로 있는 안젤리나 졸리가 타이그리스를, 성룡이 몽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캐릭터와 배우들의 얼굴이 절묘하게 겹치면서 목소리를 통해 배우들을 점치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아 잭블랙, 안젤리나 졸리, 성룡. 그들이 정말로 실사 영화로 함께 뭉친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가지,'뮬란'때 처럼 중국의 문화가 헐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에 길들여진 기이한 동서양 짬뽕 애니메이션을 보는 맛이 완전히 개운치는 않다. 일단 깊은 허무의 늪을 함께 가지고 있는 중국 무협의 아름다움이 때론 몸개그로 전락하거나 딱 스타워즈의 요다를 닮은 것 같은 우그웨이 사부와 말끝마다 운명을 강조하는 그 속내가 그렇게 깊은 동양철학에 기반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암튼'쿵푸 팬더'는 헐리우드란 마이더스의 손에서는 이소룡의 절도있던 동작도 이연걸과 소림사의 발레하던 액션도 모두 엔터테인먼트의 자장 내에서 경량화'슬림화'코미디화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미 성룡의 취권이 나왔을 때 느꼈던 비슷한 감정인데.'쿵푸 팬더'는 새삼 1978년 그해 겨울, 이소룡의 세계가 막 사라져 버렸던 아쉬움을 복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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