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5년만에 신보 jp5 발표 김진표

'진표 식 음악' 그대로네

인터뷰에 40분이나 늦게 나타난 기자를 김진표(31)가 웃으며 반겼다. "신보도 들어보지 못하고 왔다"고 하자 그는 "오늘은 그냥 사는 얘기 하고 음반을 들어보고 다시 만나죠 뭐"라며 기자를 오히려 안심시킨다."과거의 김진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진표 많이 변했네"라며 함께 온 소속사 관계자도 놀라는 눈치다.

거침없는 래퍼 김진표가 5년만에 신보 jp5로 돌아왔다. 전곡을 그가 작사·작곡·편곡한 앨범에는 예의'저돌성'이 가득 담겨있다. 타이틀곡'그림자 놀이'를 비롯해 8곡이 무더기로 방송3사에서 심의불가 판정을 받은 것만 봐도 가사에 담긴 강한 메시지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1번트랙'시작'에는 말썽꾸러기였던 어린 시절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중학교 1학년 때 담배를 피운 얘기, 중학교 2학년 때 포르노를 본 얘기 등을 가감 없이 담았다. 6번트랙'지읒오지읒에쌍기역아'는 욕설을 파자(破字)해 붙인 제목. 인터넷 댓글과 포털사이트에 대한 불만, 연예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을 격한 말투로 풀어놨다.

'붕가붕가'는 금기시하는 섹스에 대한 얘기를 재치있게 풀어 놓은 노래다.'너를 처음 만날 때부터 잠자리를 꿈꿨다'는 가사가 김진표의 노래답게 솔직하다.'업고 놀자'는 소리꾼 남상일의'춘향가'가 가미된 실험적 성격이 강한 노래다. 앨범에는 박정현과 김창렬·베이지·진호·정인·바비킴·이하늘·리오·다이나믹듀오 등 가수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음반의 격렬함과 달리 인간 김진표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편안하게 자신의 얘기를 했고 삶에 대한 여유도 생겼다. 2003년 결혼해 2년 4개월만에 파경을 맞았던 김진표는 올 5월에는 탤런트 윤주련과 재혼, 안정적인 가정도 꾸렸다. 올 가을에는 아빠가 된다.

"20대에 안해 본 게 없어요. 앨범을 내고 가수가 됐고 MC, 모델로도 활동했죠. 영화도 찍어봤고 책도 냈어요. 결혼도 하고 이혼도 했죠. 심지어 칼도 맞아봤고 심장수술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었어요."

삶의 피곤함에 지쳤던 그에게 윤주련은 놓칠 수 없는 인연이었다. 지난해 8월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6개월만에 청혼을 했다.

"주련이가 그 즈음에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었어요. 계약 못하게 하려면 반지라도 줘야겠다 싶어서 얼른 청혼했죠.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김진표의 삶은 아내 때문에 많이 바뀌었다. 레이싱과 사진찍기를 좋아하던 김진표는 태교에 온 신경을 쓰는 천생 남편으로 변했다. 운전하며 여러 대륙을 횡단하고 싶다는 꿈도 결혼과 함께 잠정 보류했다.

지난해부터 나온다던 앨범이 1년 넘게 늦어진 게 혹시 아내 때문이 아닌지 물었다.

"앨범 작업의 대부분은 아내를 만나기 전에 해 놓은 것인데 욕심을 부리다가 계속 늦어진 것 뿐이죠. 작업하는 동안 아내를 만났으면 발매가 더 늦어졌을 거예요.'붕가붕가'에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어간 것 외에는 달리 아내가 영향을 미친 것은 없네요."

신보를 낸 기쁨이 크긴 하지만 어떻게 활동을 해야할 지에 대해선 걱정이 많다. 요즘 가수들처럼 예능프로그램에 나서는 가수도 아니고, 아이돌 스타가 점령한 순위 프로그램에 나가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도 조금 어색하다. 음반이 잘 팔리는 시대도 아니라서 김진표는 더 답답하다.

"요즘 가요팬들은 CD를 사서 속지를 보는 재미를 모를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교회에 나가면 어머니가 CD를 사 주셔서 그 재미로 6년이나 교회에 나갔을 정도로 CD 사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디지털 음원으로 노래를 들으면 음반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 알 수가 없잖아요. 뮤지션이 액세서리가 된 것 같아서 섭섭해요."

그렇다고 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나기도 힘들다. 심장수술 때문이다. 그는"몇시간이나 되는 공연을 버텨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공연에 대한 욕심도 버렸다"고도 담담히 털어놨다. 활동할 방법이 정말 마땅치 않은 셈이다. 하지만 음악팬들은 좋은 음악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의 신곡들은 낭중지추처럼 팬들에게 조금씩 퍼져 나가며 공감대를 얻고 있다.

"나까지 유행에 따르는 음악으로 싱글앨범을 낼 수는 없잖아요. 전 다행히 젊을 때 번 돈을 투자해'소리 현상소'라는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큰 돈을 쓰지 않고도 음반작업을 할 수 있게 된거죠.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음악시장을 생각하면 맥 빠질 때가 많지만 저에게 음악이 본업이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요. 이런 시기에 정규음반을 낸 제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비슷비슷한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는 대중가요시장에 김진표의 색깔이 가득 묻어 있는 14곡짜리 정규 음반은 단비처럼 반갑기만 하다. 세상에 거침없는 불만을 쏟아내는 래퍼 김진표의 다음 음반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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