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자! 여름속으로]캠핑카로 떠나는 계곡여행

마음에 드는 곳, 그 곳이 바로 내 집

캠핑카 여행은 여행객들의'로망'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경치를 만나면 어디든 내 집'앞마당'이 된다. 마음 내키면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다. 숙소는 걱정 없다. 강가든, 계곡이든, 산속이든 차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잠자리가 된다. 별이 많은 곳에선 별을 이불 삼아 잘 수도 있고 바닷가에선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할 수도 있다.

올 여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캠핑카'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캠핑카 6~7인용 대여료는 1박2일(24시간)에 30만원.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그래도 6~7인의 숙박비와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 올 여름 이색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한번쯤 고려해볼 만 하다.

캠핑카를 겉에서 보면 9,10인용 승합차 정도 크기로, 처음 본 순간 '저 작은 곳에 과연 많은 가족들이 다 잘 수 있을까'싶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밀조밀 공간 효율을 최대한 활용, 실내 공간이 꽤 넓었다. 가스레인지'냉장고'화장실은 물론 노래방 기기까지 갖춰져 있다.

캠핑카 여행을 떠나기 전 30여분간 캠핑카 이용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2종 보통 면허로 어렵지 않게 캠핑카를 운전할 수 있다. 다만 차량의 무게로 인해 과속 방지, 브레이크 사용 등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캠핑카를 몰고 나오니 여기저기서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아이들은 "방송 촬영 중이냐", "강호동이 타고 있느냐"며 연신 물어댔다.

이번 캠핑카 여행 장소로 선택한 곳은 청도 운문댐 근처 삼계리 계곡. 차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관계로 시속 100km 이상 달릴 수 없는 탓에 가까운 곳을 찾은 것. 청도 운문면과 경남의 언양을 잇는 도로를 따라 펼쳐진 삼계리 계곡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놀기 좋은 계곡으로 유명하다. 이 계곡은 배너미'생금비리'개살피라는 세 계곡으로 이뤄져 있어 삼계계곡으로 부른다. 도로 가에서 언뜻 보기에는 여느 계곡과 다름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도로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계곡 좌우에 늘어선 갖가지 형태의 바위, 그 앞을 완전히 덮고 있는 울창한 숲, 해발 1천240m의 가지산에서 발원하는 계곡물은 산자락 곳곳에서 흘러드는 물과 합쳐 급류와 폭포를 이루고 있다.

하류로 내려오면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 많다. 청도 삼계리 계곡까지 일반 승용차로는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캠핑카로 빨리 달릴 수 없는 탓에 1시간30분 가량 소요됐다.

때마침 비가 내린 뒤라 삼계리 계곡은 수량이 풍부해 곳곳에 시원스런 폭포가 생겨났다. 발을 담그니 1분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시린 물살이 더위를 가시게 한다. 물이 너무나 맑아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하지만 계곡 인근에 캠핑카를 세워둘 만한 마땅한 곳이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 캠핑카 이용객이 많지 않아 캠핑카 전용 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삼계리 계곡 부근엔 운문사 야영장이 있어 캠핑카를 세워둘 수 있다.

우리는 계곡이 시작되는 초입에 캠핑카를 주차했다. 밤에는 시동을 끈 채 이용할 수 있는 에어컨이 달려있어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발전기가 따로 달려 있어 소음도 그리 크지 않다.

창문을 열어두고 방충망을 올려두니 계곡의 시원한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어른 4명, 아이 2명이 지내기엔 크기가 딱 적당하다. 차 안에서 잠을 자는 특별한 경험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다음날 아침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니 오히려 더 아늑하게 느껴진다. 차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비 걱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빗소리를 들으며 캠핑카 안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가족들은 "24시간 캠핑카 체험이 올 여름 잊혀지지 않을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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