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우만 판다? 믿을 수 있나요

급식 음식점 등 '유전자분석' 의뢰 봇물

▲ 경북 군위의 한 한우직판장에서 직원이 한우 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 경북 군위의 한 한우직판장에서 직원이 한우 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한우만 팝니다'라는 말을 과연 믿어도 될까?

며칠 전 식당에 들렀던 허경선(38)씨는 '한우 100g에 5천원'이라는 메뉴판을 보고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싸도 너무 싼 가격이었기 때문. 가게 주인을 불러 몇번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우'라는 것이었다. 허씨는 "믿기 어렵지만 주인이 박박 우기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한우 인증, 믿을 수 있을까?

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시작되면서 학교급식, 음식점 등의 '한우 유전자분석' 의뢰가 봇물을 이루면서 소비자들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원산지 표시제 강화'라는 대책을 내놓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한우 여부를 판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고 현재의 검사 및 유통 시스템으로는 한우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은 "올 들어 403건의 한우유전자검사 의뢰가 접수됐으며 이 중 '한우'가 401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검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남대 생명공학부 여정수 교수(한우클러스터 사업단장)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한 '모색(毛色)유전자법'에는 허점이 많아 한우임을 믿기 어려우며, 가장 신뢰성이 높다는 염기서열분석을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모색유전자법은 소의 털색깔로 누런소냐, 젖소냐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여 교수는 "수입산 쇠고기 중에는 털색깔이 우리나라 한우와 비슷한 황색소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모색만을 가지고 한우라고 하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보건환경연구원 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한우임을 증명하기엔 부족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현재의 장비로는 이것밖에 할수가 없다"며 "정부에 추가 검사장비를 요청해 놓고 있지만 언제쯤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해명했다.

◆한우가 너무 흔해?

전국한우협회 대구지부 조용철 사무국장은 "대구와 고령 도축장에서 하루 평균 도살되는 한우는 200마리에 불과하지만 지역 식당을 통해 '한우'로 팔리는 고기는 대략 700마리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다른 도시에서 한우를 가져와 파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그 차이가 너무 커 국내산 육우나 수입산이 '한우'로 둔갑한다는 의심을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음식점 업주들도 일부 이를 인정하고 있다. 대형 한우전문식당을 제외하고는 매일의 물량 수급에 차이가 있는 탓에 한우량이 부족할 경우 육우나 수입육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한 식당업주는 "유통업자가 고기를 가져오면 이 중 20% 정도가 한우이고 80%가량이 국내산 육우이지만 이를 '국내산 육우'라고 표시하는 업주는 많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이런 '불신'을 막고 한우를 지켜내기 위해 한우농가들과 한우전문취급점 등은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에서는 '한우판매등록제'를 실시하면서 6개월 이상의 쇠고기 구입 실적과 매달 2회 이상 점검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한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한우 유전자검사도 해 주고 있다. 만약 오늘 먹은 한우가 의심스럽다면 고기 한점을 한우협회로 보내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한우협회 박성빈 팀장은 "정부의 단속이 허술하다 보니 '한우'만 궁지에 몰리고 있다"며 "당장 다음주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나돌 텐데 이 와중에 한우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답해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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