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영남권 내륙발전과 낙동강 운하

반도국가 로마제국이 일찍이 사통팔달 길을 만들어 북유럽으로 진출하고 뱃길을 열어 지중해와 대서양을 지배함으로써 2천년간 지구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대륙국가인 중국의 진시황제는 만리장성을 쌓고 당대에 멸망한 역사가 있다.

농경문화시대에 유교와 불교문화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던 영남지역은 내륙 속에서도 발전이 가능했지만 국제교역의 시대에 영남내륙권의 낙후성은 생산기반시설 부재와 물류수송체계의 미비에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도 고속도로를 만들고 생산기반시설을 적지에 배치, 물류수송체계를 갖추게 됐고 동남해안에 포항·광양 철강산업, 울산 중화학공업, 창원 기계공업, 여수 화학산업 등 임해 산업단지를 배치, 이를 거점으로 육성시킨 전략은 바로 해양진출의 꿈을 전제하고 있었던 혜안 때문이다.

육로와 수로의 물류비용은 수송시간에 국한되지 않고 생산기지, 수송, 내륙물류기지, 부두시설 및 선박으로 이어지는 물류의 흐름 단계마다 비용을 수반한다. 낙동강 연안에 자동차공장이 있을 경우에 생산된 자동차가 바지선에 옮겨져 낙동강을 따라 부산신항에 대기하고 있는 선박에 다시 선적된다면 자동차의 수송단계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낙동강의 주운수로의 실현 가능성은 고려, 조선시대에 조곡(조세 곡물)과 농수산물의 운송수단으로 낙동강의 구포, 삼랑진, 진동, 사문진, 왜관, 낙동, 달지진(문경), 마진(예천), 영호진(안동)으로 이어지는 나루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문·수리학적 분석결과를 보면 부산에서 대구시 달성군 현풍까지 140㎞ 구간은 하천경사가 1만2천분의 1으로서 완만하고 수량도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이 건설되어 가뭄기간 중에도 하천유지유량을 보내주고 있어 수위조절용 수문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수심 3m, 저수로 폭 100m 전후의 주운용 수로의 개설이 가능하고 주운수로의 유지관리는 水制(수제)에 의해서 관리될 수 있다.

낙동강은 대표적인 충적(퇴적)하천으로서 홍수관리와 수질확보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따라서 주운수로의 치수성과 환경성, 즉 치수를 위한 제방과 주운용 저수로 보호를 위해서는 수제 설치로 물의 흐름을 하천 중앙으로 유도시킴으로써 홍수시와 갈수시에 홍수소통과 저수로 수심확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공법이 적용될 수 있다. 즉 수심 6m 이상을 필요로 하는 자항바지선(Self Propellering Barge)이 아닌 2.5~3.0m 수심으로도 운항이 가능한 견인바지선(Push Barge·폭 6m×길이 12m×흘수심 1.2m, 86t급)이 6개 선단으로 연결될 경우에 500t의 화물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하천은 계절적으로 홍수와 갈수시의 유량차이가 많기 때문에 유럽의 하천과는 달리 복단면으로 관리하고 있다. 홍수시에는 고수부까지 물이 가득 차서 흐르게 되고 가뭄시에는 하천의 물이 중앙으로 흐르도록 저수로를 만들어 주고 있다. 따라서 가뭄시에 저수로는 수제에 의해서 유심을 하천중앙으로 유도하면서 수심을 확보할 수 있어 수생태계의 건전성을 보장해 주면서 치수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업은 일찍이 1980년대 초에 한강종합개발사업의 경험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낙동강 주운수로 개발은 하천 골재 생산을 유도하게 돼 하상안정화와 이·치수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주운수로 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경부운하와 영산강 뱃길 복원사업은 벌써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반도대운하(경부운하)가 백두대간을 훼손할 수도 있고 중앙집권적 발상에서 수도권 물류수송의 혁신을 유도하는 정책이기에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그러나 낙동강 주운사업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중앙정부가 주체가 아닌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앞장서고 낙동강 연안의 시·군 자치단체가 끊임없는 협력을 통해서 민의에 바탕을 둔 형태로 추진하여 국책사업으로 연결되도록 함이 서울공화국으로 굳어지고 있는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홍기 영남대 산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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