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물쓰레기' 무정천리

'고등어머리'씨, "선택 받지 못한 나, 세상 마지막 길은…"

고등어. 사람들이 내게 붙여준 이름이다. 고향은 따뜻한 제주도 남쪽 바다. 별다른 걱정 없이 잘 살던 내가 재앙을 만난 건 6월 어느 날. 따뜻한 해류를 따라 친구들과 몰려다니다 그물에 끼었다. 어시장을 거쳐 도착한 곳은 대구의 한 대형마트. 앳된 얼굴의 주부가 나를 집어들었다. 오늘 저녁 반찬으로 쓸 모양이다.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몸이 익었다. '어두일미(魚頭一味)'? 그거 순 '뻥'이다. 세상에 고등어 머리 먹길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당연히 내 머리는 음식물쓰레기 용기에 던져졌다. 하루가 지나고 슬슬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맛있게 먹을 때는 언제고, 갖다버리라며 부부가 서로 등을 떠민다. 남편이 투덜거리며 아파트의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나를 쏟아부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나랑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꽤 많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세상이 잠든 오전 3시.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거함이 통째로 들리는 느낌이 든다. 얼떨떨한 사이에 노란색 트럭의 적재함 안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나랑 비슷한 처지의 '음식물쓰레기'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소뼈와 생선뼈, 온갖 채소 찌꺼기, 먹다 남은 밥, 온갖 반찬까지.

그런데 이 음식물쓰레기 수거트럭 꽤 비싸다고 했다. 대당 6천만~7천만원 선으로 일반 5t 트럭(대당 3천만~4천만원 선)보다 두배나 비싸다. 타보니 그럴만도 하다. 유압으로 작동되는 장치를 이용해 쓰레기 수거함을 자동으로 들어 붓고 압축판으로 꾹 밀어서 부피도 줄인다. 호스를 빼내어 용기를 세척하거나 자동으로 수거함을 세척하기도 한단다. 일부 중소기업에서 일반 트럭을 주문해 특별 제작하고 입찰을 통해 구청에서 구매한다.

음식물쓰레기의 수거와 운반, 처리는 구·군에서 관리한다. 수거와 운반은 구청에서 직접 하기도 하고, 민간업체에 위탁을 하기도 한다. 대구의 경우 서구, 북구, 달서구, 달성군은 수거와 운반, 처리까지 모두 민간업체에서 하고 수성구, 남구, 중구, 동구 등 4개 구에서는 구청에서 수거와 운반을 맡는다.

이렇게 모이는 쓰레기 친구(?)들의 양이 엄청나다. 대구시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지난 4월 말 현재 하루 680t. 이 중 150t은 신천음식물쓰레기하수병합처리장으로 가고 나머지 물량은 대구 인근의 민간 쓰레기처리업체 13곳으로 나뉘어 운반된다.

◆사료가 되다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경북 영천시 D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 수거 트럭의 뒷문이 열리면서 우리들은 거대한 투입 호퍼(깔때기 모양의 용기)로 쏟아졌다. 하루 평균 70~80t이 들어오는데 전량 사료 원료로 재활용된다고 했다. 철제 호퍼 아래에는 14개나 되는 거대한 스크루가 돌며 우리를 1차 파쇄기로 밀어냈다. 이제 형태조차 남지 않았다.

대형 철제 통로를 따라 2차 파쇄기로 옮겨졌다. 파쇄기 안에 바람이 휙휙 분다. 수거함에 있던 각종 비닐조각과 섬유질을 분리하기 위해서다. 공기를 불어넣으면 비중이 가벼운 비닐이나 섬유질이 날리고, 이를 잡아 빼낸단다.

이물질 제거 후 우리는 저장조로 옮겨졌다. 2, 3시간 정도 기다리자 우리들은 거대한 탈수기로 빨려들어갔다. 압착 스크루가 우리를 꽉 눌러댔다. 덕분에 몸에 있던 물기가 꽤 빠져나갔다. 여름에는 물기가 많은 과일이나 채소가 많기 때문에 75~80% 탈수가 되고 물기가 적은 음식물이 많은 겨울에는 70% 정도 물이 빠진단다.

사료화 공정은 건식사료와 습식사료 두 종류로 나뉜다. 습식 사료는 물기를 뺀 음식물쓰레기를 끓여서 만든 것이다. 이 공장은 건식 사료화하는 곳이라 아직 건조 과정이 남아있다고 했다. 후끈후끈한 건조기로 들어갔다. 사우나도 이런 사우나가 없다. 타지 않도록 150℃로 맞춰 스팀 가열을 해 말린다. 4시간 정도 몸을 말린 뒤 원심력을 이용해 다시 이물질을 걸러냈다. 파쇄기로 부서지지 않은 씨앗이나 병뚜껑, 동전 등이 빠져나갔다. 이렇게 걸러지는 이물질만 전체 반입 물량의 0.5%(하루 평균 350~400㎏)라고 한다. 남은 우리는 갈색의 아주 곱고 따뜻한 가루로 변했다. 오리나 닭, 돼지 농장에서 배합사료와 섞거나 옥수수, 미강 등 곡물사료와 섞어 발효 숙성된다. 소에게는 가지 않는다. 동물성 성분 때문에 반추동물에게는 먹일 수 없다.

◆퇴비가 되기도 한다

퇴비로 만드는 공정도 거의 비슷하다.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를 만드는 경북 영천시 Y업체 풍경. 여기서는 물을 뺀 건더기를 발효장으로 옮긴다. 발효장에서는 톱밥과 포코피트(야자껍데기 분쇄물)과 뒤섞이면서 퇴비로 발효된다. 테니스장만한 발효장에서는 '에스컬레이터 교환기'가 천천히 움직이며 음식물 건더기와 톱밥 등을 섞었다. 발효장에서 15일간 머문 뒤 숙성장으로 옮겨 다시 21일간 숙성시킨다. 숙성한 퇴비가 선별기를 거쳐 이물질이 제거되면 퇴비가 완성된다.

음식물쓰레기에서 짜낸 폐수(음폐수)는 저수조로 옮겨지고 매일 포항이나 마산 등지의 해양 투기 업체로 t당 3만원에 처리된다. 서해 군산 먼바다와 동해 포항 동쪽 공해상, 부산 동쪽 공해상 등 3개 해역이 해양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총면적은 8천481㎢로 남한 국토면적의 8.5%에 이른다. 물론 음폐수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는 2013년 이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신천음식물쓰레기하수병합처리장도 탈수과정까지는 별반 다르지 않다. 신천하수병합처리장에서는 하루 평균 150t을 처리한다. 전체 규모의 22% 규모로 처리 비용(1만3천원)이 민간업체(7만원)에 비해 싸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사료가 되든, 퇴비가 되든 나는 다른 형태로, 시간을 두고 인간에게 돌아갈 것이다. 또다시 남은 나의 일부는 이곳으로 돌아오겠지. 그렇게 나는 윤회한다. 이 얼마나 철학적인 죽음인가.

◆재활용의 한계

지난해 말 현재 가동 중인 255개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대부분은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짜낸 뒤 톱밥이나 야자껍질 등을 섞어 퇴비나 사료를 만든다. 그러나 처리 과정에서 염분이나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음폐수도 문제다. 업체들은 2013년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되면 자체 처리 시설을 갖추거나 공공하수처리장·침출수처리장을 이용해야 하지만 비용 등의 이유로 난감해 하고 있다.

공공처리시설을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대구시에도 고민이 많다. 매립이나 소각의 경우 침출수와 발암물질 배출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올 연말까지 서부하수처리장에 슬러지 고화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슬러지를 고체로 만들어 매립하거나 복토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도 갖추기로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 이것만은 제발…음식물쓰레기 속의 이물질

'제발 음식물 쓰레기만 버려주세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물질이다. 문제는 이 이물질들이 꽤 엽기적이라는 점. 비닐봉투는 애교다. 과일 깎는 주방용 칼이나 큰 돌, 숟가락, 젓가락, 병뚜껑 등 각종 쇠붙이는 물론, 유리병이나 부탄 가스통이 나오기도 한다. 이불이나 기저귀, 일반 종량제 쓰레기 봉투, 명절 선물로 들어온 꿀항아리에 심지어 운동용 덤벨이나 볼링공까지 섞여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업체에서 가장 난감해 하는 이물질은 '양파를 담는 망'이나 '마늘을 엮은 새끼줄'이다. 파쇄기에서 부서지지 않는데다 스크류를 완전히 감아버려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 소나 돼지 껍질도 마찬가지다. 부서지거나 잘리지 않고 기계 내부에 엉켜 고장을 일으킨다.

이런 물건들이 시설 내 스크류에 걸리면 모든 처리 공정이 '올 스톱' 된다. 사람이나 중장비가 들어가 쌓인 음식물쓰레기를 일일이 퍼내야하기 때문이다. 스크류가 망가질 경우 수리에만 하루가 넘게 걸리는데다 파쇄기 축이 내려앉으면 수리에만 1천만원이 넘는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간다. 음식물쓰레기처리업체인 (주)동산의 전상구 대표는 "분리수거가 잘되는 아파트 단지는 덜하지만 도롯가나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오물이 특히 심하다"며 "저장탱크를 청소하면 동전만 서너 바구니씩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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