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파스칼은 그 거리가 30cm라고 말했습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이지요. 머리로만 산다면 세상은 지옥이 될 수도 있으나 가슴으로 산다면 천국의 삶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해부학적으로 보면 정신은 뇌의 산물이지만, 감정을 느끼는 신체 부위는 따로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접했을 때의 행복감은 결코 머리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가슴의 영역이지요. 캐나다의 명상가 에크하르트 톨레는 "감정은 마음(생각)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감정과 마음(생각)이 충돌한다면 감정이 더 진실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은 과거와 미래를 먹고삽니다. 과거와 미래를 찾아 나서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과거는 기억 속에 있고, 미래는 관념 속에 있을 뿐입니다.
장마 때문에 햇빛이 귀한 철입니다.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장마가 물러나면 작열하는 햇볕의 계절이 오겠지요. 여름 햇빛은 해변에 누워 선탠을 즐기는 이들의 피부를 두드릴 겁니다.
광자(태양 입자)가 지구에 도착하는 여정을 볼까요. 태양 중심에서 생성된 광자가 태양을 탈출하는 데는 무려 평균 100만년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방해받지 않고 직선으로 뻗어나가면 2.3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지만, 태양 속의 수소 원자·전자와 무수히 충돌을 일으키며 술취한 사람처럼 갈짓자 행보를 하기 때문에 그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일단 태양을 벗어난 광자는 1억5천만km를 8분 20초 동안 날아 지구에 도착합니다. 태양에서 방출된 광자 가운데 지구에 도착하는 것은 5억개 중 하나꼴에 불과합니다. 그 확률을 보니 '정자가 수정에 성공해 사람이 될 확률'(2억~3억 분의 1)보다 낮군요.
지구는 태양이 방출한 광자 5억개 중 하나꼴밖에 받지 못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온 생태계를 먹여살릴 만큼의 풍성한 은혜를 입습니다. 현대 물질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석유도 태양에너지를 섭취하며 지구에 번성했던 식물과 그 식물을 먹고 살았던 동물들이 땅속에 파묻혀 화학변화를 일으킨 것들이니까요.
태양빛이 수억년 동안 쌓아둔 에너지원 석유는 그러나 100여년 만에 고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초고유가 고통 때문에 여기저기 비명이 터져나옵니다. 더 많이 캐내고 생산해 소비해야 굴러가는 현대 물질문명은 마치 페달 밟는 힘이 떨어진 자전거처럼 비틀댑니다. 생태 환경을 수탈하는 문명의 폭력성은 인류 스스로에게 칼이 되어 돌아오는 임계상황으로 치닫습니다.
이번주 주말판에는 초고유가 시대 미리 본 여름휴가 풍속도를 다뤄봤습니다.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여느 해보다 알뜰한 피서를 설계하고 계시겠지요. 그렇더라도 가족에 대한 사랑만은 아끼지 말고 펑펑 썼으면 합니다. 가슴은 고갈되지 않는 사랑의 햇빛이 머무는 곳간이니까요. 얼마 전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라는 아름다운 경구가 들어있네요. 편안한 주말 되십시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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