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졸던 승객 우산까지 챙겨준 버스기사

비가 올 때마다 생각나는 고마운 분과 고마운 우산이 생각이 난다. 나는 이상하게도 버스만 타는 조는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릴 때쯤이면 또 눈을 번쩍 뜨이는 것도 희한한 습관이다. 수업을 마치고 나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기 위해 그날도 버스에 올랐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늘이 찌뿌드드한 것이 곧 소낙비라도 쏟아질 듯한 날씨였다.

버스 안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나도 맨 뒤에서 3번째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뒤 저만치에서 들려오는 소리 "학생! 학생! 일어나"

그때까지도 모르고 졸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저씨께서 종착하면서 내가 졸고 있는 자리에 오셔서 흔들어 깨우셨다. 세상에나 종점까지 오고 만 것이다. 학교 시험 때라 피곤했는지 세상 모르고 잔 듯하다. 부끄럽기도 하고 놀랐기도 해서 부랴부랴 가방을 들고 내리려는 순간 밖에서는 소낙비가 막 퍼붓기 시작했다. 걱정하며 막 내리려는 순간! 아저씨께서 2단짜리 청색우산을 건네셨다.

"남학생도 아니고 여학생이 비 맞고 다니면 되나?"

"자, 이것 쓰고 가!" 이렇게 경상도 남자답게 두 마디 툭 내던지셨다. 고마운 마음과 얼떨결에 받아쓰고 집까지 잘 왔지만 내내 생각이 났다.

그 다음날 아저씨 성함도 연락처도 모르지만 두 손엔 청색우산과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그 종착지에 갔다. 참 찾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어제 종착 된 버스시간에 맞추어 겨우 아저씨를 찾을 수 있었다. 아저씨는 해맑게 웃으시면서 반겨주셨다.

"손님이 놔두고 간 우산이었는데 찾아줄 방법이 없어서 놔뒀는데 학생에게 도움이 되었네. 또 우산 없는 승객한테 대여해줘야겠네. 그렇게 돌다 보면 진짜 주인을 만나겠지" 라며 웃으셨다.

그날따라 난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나도 씩 웃으면서 수고하시라며 공손히 인사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 고마운 우산이 주인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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