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식구들 쓰다 부러진 우산 쓴 엄마

갑자기 비가 와서 외출하려니 마땅한 우산이 없다. "아, 뭐야 살대가 부러졌잖아 집에 남아 있는 건 녹슨 우산, 어휴 우산대가 빠지지도 않네." 집에서 일하는 나는 언젠가부터 내 우산이라고는 없다. 고등학생 연년생이 둘이다 보니 새 우산이 생기면 쟁탈전이다. 남편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찌 새 우산 한번 쓸 수 있겠는가. 그냥 시장 다닐 때에는 살대 하나 부러지면 어떠랴 싶어 그냥 쓰고다니는데 외출이라고 나가려니 영 스타일 구겨지네. 우산 하나 얼마 하나 싶지만 그게 주부로서는 나 쓰자고 우산 사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 친구가 생일선물로 통닭과 우산을 선물로 주었는데 남편이 슬그머니 가지고 다니다가 살대가 부러져서 쓰지 않고 둔 것이 내 몫이다. 그래도 비 맞는 것보다 낫지 하면서 오늘도 헌 우산을 쓰고 나간다. 이게 작은 가족 사랑인가 보다.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헌 우산을 쓰고다녀도 마음이 든든하다.

이명숙(대구 북구 산격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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