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상을 구하는 킬러, 킬러를 구하는 그녀…'원티드'

총알로 파리 날개를 맞추고, 기괴한 총알로 수십km 밖에서 기가 막히게 이마를 맞추고, 굽어 들어가는 탄도의 특성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표적까지 맞춘다.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 제임스 맥아보이와 섹시 아이콘 안젤리나 졸리를 내세운 액션 영화 '원티드'는 할리우드가 출고한 무협영화다. 칼 대신 갖가지 총으로 무중력의 현란한 롤러코스트 액션을 펼친다.

구글로 이름을 검색하면 'No Match'(검색 내용 없음)라고 나오는 25세의 평범한 회계사 웨슬리 깁슨. 그는 하마 같은 여사장의 밥이며 겁 많고 소심한 청년이다. 애인이 사무실의 절친한 동료와 바람이 나도 대들 용기도 없다. 한마디로 지금 당장 없어져도 세상과 'No Match'한 인물이다.

어느 날 섹시한 여전사 폭스(안젤리나 졸리)를 만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1천년 전통의 비밀조직 프래터니티의 최고 킬러이고 자신 또한 천부적인 킬러의 소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프래터니티는 세계에 피해를 줄 인물을 미리 제거해 세상을 구하는 조직이다. 아버지가 배신한 조직원에 의해 살해된 것을 안 그는 리더인 슬로안(모건 프리먼)과 폭스의 설득으로 세상을 구하기 위한 킬러로서의 혹독한 훈련에 돌입한다.

'원티드'는 DC 코믹스의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만화적인 상상력과 감각적인 스타일로 무협적인 영웅담을 현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감독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나이트 워치'와 '데이 워치'를 통해 러시아 판타지 영화의 신기원을 연 장본인이다.

별볼일 없는 못난이가 비기(秘技)를 배워 세상의 영웅으로 등극하는 것은 무협영화의 고정 패턴이다. 특히 영웅담에서 출생 비화는 빼놓을 수 없는 일. '너는 내 아들이다'라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과연 누구일까.

무엇보다 영화는 '매트릭스' 뺨치는 색다른 카메라웍과 곳곳에 도사린 유머로 무장하고 있다. 끊임없이 치고 달리고, 쏜다. 고공에 매달린 기차에서의 액션은 물론이고, 차를 이용한 액션도 긴박감과 쾌감을 더해준다. 그 바람에 전면에 배치된 안젤리나 졸리가 매력을 잃고 조연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롤러코스트도 중간에 멈칫 해야 스릴이 더 큰 법인데, 너무 몰아치는 것이 흠이다. 그래도 복잡한 머리 식히는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제격이다. 재치가 넘치는 액션영화다. 110분. 18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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