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첫 발견 '미스터리 서클'의 실체

외계인의 손길일까, 인간의 장난일까?

'한국 최초의 미스터리 서클을 발견하다!'

지난 11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한 블로그(98papa)에 올라온 게시글 하나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무인항공촬영 전문가인 김병헌(30)씨가 3일 충남 보령에서 공장부지 답사 겸 항공촬영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지름 200m 정도의 기하학적 무늬에 대한 얘기였다. 바로 다음날 현장(보령시 천북면 신죽1리 보령호 상류 갈대밭)을 직접 찾은 김씨는 이를 '미스터리 서클(Mystery Circle)'로 단정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접하던 외국의 미스터리 서클이 한국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 흥분된다'고 했다.

◆발견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이 폭주했고 진위 논쟁이 잇따랐다. 인터넷상의 각종 UFO 연구 동호회의 반응도 기민했다. 외국의 미스터리 서클 전문 사이트(www.cropcircleconnector.com)에선 보령의 서클을 두고 '아날렘마(매일 태양의 궤도 경사각과 균시차를 나타내는 8자형의 눈금자)나 달의 궤적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현지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기룡 천북면 부면장은 "외지인들의 문의 전화가 늘었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헌씨도 '12일 아침 2차 항공 동영상 촬영을 위해 다시 보령시를 찾았다. 예상과 달리 일찍부터 각계의 많은 사람이 모여있어 깜짝 놀랐다'는 글을 덧붙였다.

김씨는 ▷트랙터로 미스터리 서클을 훼손한 흔적이 있고 ▷이에 대한 해명이 엇갈린다는 점 등을 들어 자신이 발견한 현장이 미스터리 서클임을 확신했다. 보령시청에 따르면 천북면은 1973년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UFO 목격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낙동리의 낙동초교에서 20대 후반의 한 선생님과 다수의 어린이가 UFO를 목격한 것이 한국에서는 최초로 매스컴에 의해 널리 알려져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흥분은 한동안 계속됐다.

◆곳곳에 인공 흔적 '설치예술작품'

보령에서 발견된 미스터리 서클은 진짜일까.

'풀이 누운 방향이 각양각색이다' '풀이 베어져 있다'라는 의견과 함께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조사를 나간 UFO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냈다. 한국UFO조사분석센터는 14일 진행된 현장 조사 결과 "보령에서 발견된 미스터리 서클은 사람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서클로 판명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UFO조사분석센터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근거로는 ▷쓰러진 갈대줄기가 예리한 칼날에 의해 절단된 흔적이 있고 ▷서클의 중심축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철심을 박은 흔적이 남아 있으며 ▷표식을 위한 리본과 서클 설계 도면 일부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마을 이장 이화정씨도 조사단에 이와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이씨는 새싹의 상태를 보고 "작업 뒤 2주 정도 지난 것 같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최근 낯선 차량이 마을 사람들 눈에 띄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음의 한 블로거(빨간면도날)는 14일 현장 곳곳에서 찾은 숫자가 적힌 천조각과 말뚝이 박혔던 흔적, 설계도면 등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망감을 나타내는 네티즌들도 많다. 한국UFO조사분석센터의 서종한 조사부장은 "방위각이나 계절, 우주 관련 요소를 감안한 디자인이 잘 됐다. 이를 통해 미스터리 서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져 가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미스터리 서클이란?

'미스터리 서클(Mystery Circle)'이란 1980년 초부터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의 밭이나 들판 한가운데에 지름 1~2m 소형에서부터 수십m에 이르는 원 모양으로 농작물 또는 풀이 짓눌려져 있는 자국을 말한다. 최근에는 200m짜리 초대형도 발견됐다. '크롭 서클(Crop Circle)'로도 불리는데 이 용어는 서클 전문가 콜린 앤드류스가 처음 사용했다.

초기에는 모양이 비교적 단순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미스터리 서클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발생지역이 광역화되고 ▷발생 건수가 급증했으며 ▷기하학적으로 복잡한 미스터리 서클이 잇따라 발견되면서다. 최근에 발견된 것들 중에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기하학적이며 정교한 것들이 많다.

미스터리 서클은 지금까지 영국에서만 2천개 넘게 발견됐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계에 약 1만2천개의 미스터리 서클이 발견된 것으로 돼있다. 미스터리 서클은 ▷하룻밤 새 감쪽같이 만들어지고 ▷농작물이 심하게 짓눌려 있으나 생장에는 지장이 없으며 ▷날씨·지형 등 자연조건과는 무관하게 발생하고 ▷주위에 발자국 등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짝퉁 미스터리 서클도 있다

서클 내의 농작물 상태는 미스터리 서클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다. 진짜 미스터리 서클에 있는 작물은 휘어져 있을 뿐 줄기가 부러져 있지 않다. 따라서 서클 안의 작물은 쓰러진 뒤에도 계속 자란다. 작물이 쓰러진 방향도 일정한 패턴(일방향·위아래 다른 방향·방사형)을 띤다. 원 주위에 좁은 폭의 링이 있거나, 원 주위에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수많은 작은 서클이 존재하면 진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미스터리 서클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자연 발생설(플라스마 와류설) ▷인위적 조작설 ▷UFO 관련설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이 가운데 UFO 관련설을 믿는 사람들은 "서클의 모양이 아주 복잡한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데 이것은 지적 생명체의 메시지"라는 주장을 편다. 이들은 UFO에서 나오는 비가시(非可視) 전자기 광선이 서클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람이 만든 서클도 많다. 최근에는 전문 제조가도 활동하고 있다. 1991년 영국의 촐리와 바우어 두 노인이 13년 동안 아내들조차 모르게 200개의 서클을 만들었다고 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서클 제작시에 사용했던 도구를 가지고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예술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존 룬드버그는 1990년 서클 제작자를 위한 웹사이트 '서클 메이커스'(www.circlemakers.org)까지 만들었다. 최근에는 서클을 기업이나 상품 홍보에 이용하는 사례도 생겼다. 서클 메이커스는 영화나 TV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업용 서클 제작 의뢰를 받아 서클을 만들어왔다.

조문호기자

♠ 미스터리 서클 만드는 법

미스터리 서클 제작은 형태에 따라 작업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적당한 도구만 갖추면 만들 수 있다. 위키하우닷컴(www.wikihow.com)에서 제안하는 미스터리 서클 제작 방법을 소개한다.

1. 장소 선정 : 사유지 침범으로 의법 처리될 수도 있으니 땅주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대축척 지도를 이용해 서클 제작 계획 수립 : 직선·곡선 작업 흐름을 짠다. 지도 위에 작업해 나갈 방향을 설정한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컴퓨터를 이용해 서클 설계 : 첫 번째로 작업할 서클을 생각해 둔다.

4. 각자에게 필요한 장비를 배분

5. 계측도구를 사용해 정중앙에 표지를 세움 : 노끈 등을 이용해 직선을 설정한다.

6. 중심 구역부터 작업 시작 : 가운데 구역부터 작업을 시작해 나간다. 줄 달린 널빤지를 밟아 나가면서 서클을 만들어 나간다. 이때 뒷발은 끌면서 전진한다.

7. 바깥 구역으로 작업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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