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거일의 시사코멘트] 낯선 세상에 대한 적응

주의력이 부족하고 늘 부산해서 사회 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 아이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문제(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ADHD)'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다. 18세 미만 아이들 가운데 ADHD를 지닌 아이들은 5%가량 되고 이들 가운데 60%가 어른이 되어도 그 증세를 그대로 지닌다. 당연히, ADHD는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ADHD는 유전적 현상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의 수용체에서 나온 특정 변이들과 연관이 있다. 신경전달물질은 신경 세포들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 물질들이다. ADHD의 경우,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은 대개 도파민(dopamine)인데, 이 물질은 보상과 즐거움의 느낌을 통제한다.

ADHD를 지닌 사람들은 상황에 적절치 못한 행동에 대해서 긍정적 되먹임(positive feedback)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면 도파민의 증가를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므로, 그런 행동에 중독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얘기다.

어떤 질환이 유전적 바탕을 지녔으면, 그것을 진화의 관점에서 살피는 것이 긴요하다. 환경에 적응한 개체들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한 개체들은 사라진다. 개체들의 적응과 생존을 돕는 유전자들은 자신들도 살아남지만, 개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유전자들은 사라진다. 따라서, 개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한 유전자가 발견되면, 그것이 과거에는 개체들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환경이 바뀌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추론이 나온다.

어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부산하므로, ADHD를 지닌 사람들은 한 곳에 머물며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현대 사회에서 불리하다. 그러나 인류가 정착한 것은 최근이고 원래 수렵, 채취 또는 유목을 위해 떠돌아다녔다. ADHD를 유발하는 유전자들은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삶에 도움이 되었고, 인류가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자연선택이 그것들을 걸러낼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 미국 학자들이 이런 추론을 검증했다. 그들은 케냐의 한 유목 부족을 대상으로 삼아 DRD4라는 단백질의 변이 수용체인 7R을 살폈다. 7R은 새것의 추구, 음식이나 약에 대한 탐닉, 그리고 ADHD와 연관이 있다.

이 부족 가운데 아직 유목을 하는 집단과 근년에 정착한 집단을 나누어 살폈더니, 두 집단 모두 7R을 지닌 사람들의 비율은 약 20%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전자에선 7R을 지닌 사람들이 그것을 지니지 않은 사람들보다 영양 상태가 좋았지만, 후자에선 반대였다. 이런 결과는 유목민들이 7R이나 그것과 비슷한 변이들을 정착민들보다 훨씬 많이 지녔다는 종래의 발견과 잘 맞는다.

ADHD를 유발하는 유전자들이 탐험적 행동에 대해 큰 보상을 해주므로, 그것들은 자원을 찾아 낯선 곳들을 떠돌아다니는 유목민들을 돕는다. ADHD를 지닌 사람들은 과거에 적응적이었던 유전적 유산을 받고서 바뀐 세상에 태어난 셈이다. 현대 사회가 떠돌아다니는 삶에서 점점 멀어지므로, 그런 사람들의 어려움과 사회적 비용은 점점 커진다.

진화적 관점에서 살피면, ADHD를 약물로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DHD를 지닌 사람들이 지나치게 탐험적인 성향을 자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직업들을 찾도록 하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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