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테림과 히딩크

축구 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유로 2008이 이제 결승전만을 남겨두었다. 이번 대회에서 단연 주목받은 팀은 4강에 오른 터키와 러시아대표팀이다. 두 팀은 유럽 축구의 변방으로 들러리 역할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돌풍을 일으키며 당당히 4강에 이름을 올렸다.

펠레 전성기 때만 해도 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영역이 엄격히 구분됐었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토털 사커'를 표방하면서 공격수와 수비수의 구분이 사라졌고 경기는 훨씬 격렬해졌다. 몇몇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던 축구 경기도 팀 플레이가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팀워크와 밸런스를 중시하게 됐다. 축구가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경기가 아니라 '감독의 경기'가 된 것이다. 특히 현대 축구가 공수 간격을 극도로 좁히는 '콤팩트 사커'로 진화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번 유로 2008도 축구가 '감독의 경기'가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슈퍼스타 호날두를 보유한 우승후보 포르투갈의 4강 탈락이 이를 웅변한다. 포르투갈 대표팀은 감독 스콜라리가 새 일자리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패퇴하고 말았다. 감독이 한눈을 파는 순간, 팀이 와해돼 버린 것이다.

반면 터키와 러시아는 특출한 스타플레이어 없이 거의 '감독의 능력'으로 4강에 올랐다. 터키는 예선 첫 경기 패배 이후 매 경기를 경기 막판 역전승으로, 뒤집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터키는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선발진 구성조차 어려운 가운데 치른 4강전에서도 독일을 압도했다. 그 중심에는 파티흐 테림 감독이 있었다. 그는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카리스마와 과단성, 그리고 모험심으로 터키 대표팀을 유로 2008의 가장 매력적인 팀으로 이끌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도 특유의 뚝심으로 러시아를 4강에 올려놓았다. '히딩크 매직'으로 통하는 히딩크의 리더십은 강한 도전정신과 더불어 여우처럼 영리한 관리능력 등으로 대변된다.

비록 결승에 오르지 못했지만 테림과 히딩크 두 감독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아쉬움에 무너지지 않고 패배를 솔직히 인정했다는 점이다. 광우병에 휘말려 취임 초부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두 감독처럼 실수와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는 없을까.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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