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진주만

일본의 진주만 공격은 1941년 12월 8일(현지시간 7일 아침) 미국의 하와이 진주만 군항에 대하여 일본 해군항공기 360대가 기습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때 미 해군 전함 5척, 경순양함 1척, 기타 2척이 침몰되었으며, 항공기 480대가 파괴됐다.

그러나 물리적 피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이 동아시아의 소국(小國)이 먼 거리를 이동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했다는 사실이었다. 전쟁 도발에 대한 징후를 충분히 감지했지만, 차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두리틀 공습'으로 이를 보복했다. 제임스 해롤드 두리틀 소령은 1942년 4월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B25 폭격기 16대를 지휘하여 일본 본토를 폭격했다. 도쿄와 요코하마 등의 주요 도시들을 폭격하여, 사상자 363명, 가옥파괴 약 350동의 손해를 주었다.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일본 군부에 준 충격은 매우 컸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전쟁블록버스터 '진주만'(SBS 30일 오전 1시 10분 방영)은 이 두 역사적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든 두 미군 조종사의 멜로와 영웅적인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미국 테네시주에 두 명의 청년 레이프 맥컬리(벤 에플렉)와 대니 워커(조쉬 하트넷)는 어릴 적부터 형제처럼 자란 죽마고우이다. 둘은 자라서 미 공군 파일럿이 되고, 레이프는 미해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에벌린(케이트 베킨세일)과 사랑에 빠진다.

유럽에 배치된 레이프가 전투 중 사망하면서 에벌린은 연인의 소중한 친구인 대니와 연인관계가 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레이프가 살아오면서 셋은 지독한 시련을 맞는다.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는 순간 그들은 전쟁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

이 영화는 1억4천만달러의 거대 제작비를 들였다. 홍보에만 7천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 돈은 실제 진주만 기습으로 입었던 당시 피해액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2001년 개봉 첫 주 흥행은 4일간의 미국 전몰장병기념일 연휴 동안 총 7천518만달러로 집계되었는데, 당초 전망했던 9천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입이다. 2주 동안 주말흥행 1위를 했지만, 이후 급락했다.

지나친 미국식 영웅주의에 대한 미화로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거대 프로젝터였지만 깨 놓고 보니 별 것 아니었다. 아카데미에서도 음향편집상을 받는 데 그쳤다. 유치한 대사와 뻔한 스토리에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영화 속에 녹아들지 못했다. 큼직하게 포장된 것에 비하면 알맹이는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3시간의 상영 시간 중 30~40분에 달하는 진주만 폭격 장면은 스펙터클하게 연출됐다. 과거 '도라 도라 도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현란했다. 컴퓨터 그래픽이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안방극장에 HD라는 화질이 장점이다. 극장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비행기가 육중한 항공모함에서 이륙하고 선회할 때의 음향이었다. 공중파에서 음향효과가 시원찮은 것이 또 흠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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