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함대' 스페인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아름다운 축구로 세계 정상급의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오랫동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스페인은 30일 오전 3시45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결승전에서 페르난도 토레스의 결승골로 독일에 1대0으로 승리, 1964년 대회 우승 이후 44년 만에 감격에 찬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이 특유의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공격을 주도한 반면 독일의 고공 공격은 정확성이 떨어지며 위력적이지 못했다. 스페인은 다비드 비야가 부상으로 결장한 반면 독일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미하엘 발라크가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발라크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한 독일은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원 톱으로 나선 4-2-3-1 전형으로, 토레스를 원 톱으로 내세운 스페인은 4-1-4-1 전형으로 임했다. 전반 3분,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가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리다 클로제에게 차단 당해 위기를 맞았으나 알렉산더 푸욜의 커버 플레이로 슛 각도를 내주지 않았다.
전진 압박에 나선 독일은 9분 토마스 히츨스페르거가 중거리 슛을 날리는 등 스페인을 위협했다. 전반 중반 이후 패스가 살아난 스페인은 전반 23분 라모스가 우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토레스가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고 말았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토레스는 전반 33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독일 진영 중앙에서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가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날리자 독일 수비수 필리프 람이 달리며 먼저 공 쪽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순간 스피드가 빠른 토레스가 근성있는 몸놀림으로 공을 낚아챘고 필사적으로 붙는 람을 따돌리면서 달려나온 골키퍼 옌스 레만의 키를 넘기는 슛으로 스페인 골문을 갈랐다.
독일의 발라크는 스페인 수비수와 부딪혀 피를 흘렸으나 메이저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그는 지혈 후 결의서린 표정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측면 공격이 둔화돼 어려움을 겪었던 독일은 후반 들어 다시 반격을 노렸다. 후반 13분에는 미드필더 히츨스페르거를 빼고 190cm의 장신 스트라이커 케빈 쿠라니를 투입, 고공 공격을 강화했다.
뒤이은 후반 14분, 측면 크로스에 이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내준 볼을 발라크가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이어 슈바인슈타이거의 크로스 등 측면 공격이 살아났지만 정확하지 못해 쿠라니의 머리에 연결되지 못했다. 침묵에 빠졌던 독일 응원단들은 독일의 공격이 활기를 띠자 다시 리듬 박수를 치며 기운을 북돋우려 했다.
그러나 스페인은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반격을 가하면서 마지막에는 볼을 돌리며 독일 공격을 끊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스페인 선수들과 관중들은 하나가 되어 환호하며 꿈에 그리던 우승을 자축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이 스페인 주장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에게 앙리 들로네 우승컵을 건네자 스페인의 한이 축포와 함께 씻겨 내려갔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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