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박람회 시대, 남쪽서 부는 바람

시대는 바야흐로 '박람회의 시대'다. 곳곳에 지어진 컨벤션센터에서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스페인의 사라고사에서는 '물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주제 아래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2010년에는 이웃 상해에서도 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

상하이 박람회로부터 2년 뒤인 2012년, 바다를 주제로 한 한반도 최대의 행사인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 그런데 이 중요한 행사를 불과 4년 앞두고 여러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해 연말, 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당시는 선거열풍에 휩싸였던 시점이었다. 정권이 교체되었고 유치를 주관한 해양수산부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통합되었다. 지난 4월에 엑스포조직위원회가 본격 가동하게 되었으니 불과 2개월여 흐른 시점이다.

여수는 작은 도시로서 사회 간접자본이 미진한 항구다. 우선 엑스포 현장까지 KTX가 들어와야 하며 엑스포 역을 만들고 진입도로 자체를 신설해야 한다. 항구도시 자체를 완벽하게 리모델링하지않고서는 엑스포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 조직위가 늦게 출범하기는 했으나 이런 부분들이 속속 빠르게 진척되고 있고, 주제 구현을 위한 콘텐츠에 관한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일반 다중의 관심이 아닐까 한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서는 박람회가 성공할 수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엑스포를 보러 여수에 왔다고 치자. 여수항에 크루즈 선박을 댈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막상 크루즈가 왔다고 치자. 그들 관광객이 단지 여수만 보고 훌쩍 떠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차제에 남해안 관광벨트가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더욱이 여수가 속한 전남 쪽은 광주, 목포 같은 도시가 있지만 경상도 쪽 인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부산은 물론이고 포항, 울산, 창원, 마산, 진해 등 인근에 포진한 동남해안의 도시를 가동해야 엑스포가 성공할 수 있다. 외국관광객들이 대구와 경주를 방문하는 일도 쉽사리 생각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크루즈선이 제주도로 향하여 제주도관광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으로 이들 지역의 내국인이 여수엑스포를 채워주어야만 관광객 유치 목표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여수에서 먼 수도권 인구만 가지고는 엑스포를 성공시킬 수 없다.

여수엑스포는 2조가 넘는 엄청난 천문학적 경비가 투자되는 거대 행사다. 말이 2조이지 한 지역에 이만한 돈이 투자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제 그 결실을 남해안 전체가 균형발전하는 데 나누어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최도시 여수는 물론이고 이웃 순천이나 남해, 더 나아가 부산으로부터 목포까지,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 대구나 전주까지, 여수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남쪽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월드컵이 성공한 것도 대대적인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서포터스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엑스포가 전라도 쪽에서 열린다고 남의 잔치라 생각하지 말고 우선 경상도 쪽에서 먼저 동서화합이라는 차원에서도, 더 나아가 남해안 벨트 전체의 공동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큰그릇으로 사고하고, 먼저 서포터스를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주도도 먼 곳 잔치라 생각하지 말고 남해안권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바다잔치로 생각하고 빠른 행보를 내딛어야 한다.

앞으로 4년, 길다면 길지만 건물 짓고 기차 끌어들이고 도로 만들고 내용들을 채워나가면서 다양한 나라를 초청하다 보면 4년은 훌쩍 가고 만다. 남해안 전체를 놓고 볼 때, 인구대비나 해양에의 관심 지수가 높은 경상도 쪽의 선도적 관심을 유도할 수 있었으면 한다. 관심을 가진 만큼, 그 결실의 성과몫도 나름대로 나누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4년은 결코 길지 않으며 지금부터 해양엑스포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지방정부들도 나서야 한다.

더욱이 오늘날 해수면 상승과 탄산가스 문제가 심각한 국제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뿐 아니라 수산식량자원, 태풍을 비롯한 기후문제, 우리의 국익이 달린 조선공업, 해안가에 포진한 해양도시들의 제 문제, 해난 사고를 비롯한 해양 재해, 아울러 해양관광을 비롯한 해양문화의 확산 등이 엑스포를 계기로 불거질 전망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여수항에 닻을 내리는 크루즈호는 단지 여수항에만 정박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항도, 제주도항구에도 갈 수 있으며, KTX를 타고 대구로, 대전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엑스포와 더불어 좀 더 강하게 불어주길 기대하면서 남도사람들의 분발과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라 엑스포에 관한 단상 몇 줄을 썼다.

주강현(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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