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그 많은 학원을…

가끔 딸의 친구 어머니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곤 한다. 역시 주제는 아이들 이야기다. 특히 공부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때마다 어떤 친구는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혹은 그곳 학원은 어떤지 등의 정보를 듣게 된다. 예전엔 학교생활이 궁금해 딸을 통해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묻거나 알게 되지만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학원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점점 다른 어머니들과 만남을 꺼리게 된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여러 가지 일들이 그들과 만나고 나면 생겨나고 그로 인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왠지 우리 아이가 처질까봐 늘 엄마들은 주위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몰랐으면 모를까, 다른 아이들이 얼마만큼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우리 집 아이와 비교하며 부족함을 느끼기 쉽다.

예전에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아이들 학원시간들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행여 그런 분위기에 발을 담그면서 우리 딸을 학원으로 내몰 수는 없다. 잘되면 내 덕분, 못되면 조상 탓이라 했던가. 우리 딸의 작은 부족함을 발견하면 엄마들은 당연히 학원이나 학습 분량을 탓하는 걸 보게 된다. 학원을 기본 5개는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무슨 시간이 그렇게 많아 그 많은 학원에 다닐 수 있는지 참 궁금해진다. 더 놀라운 건 학원에 보내달라고 엄마를 조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친하고 싶은 친구가 다니는 학원을 함께 다니고 싶어하는 아이도 있고 다른 친구들이 학원을 가버리니까 함께 놀 친구가 없어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도 학교를 마치고 와서 친구와 함께하는 걸 도통 보기 힘들다. 심지어 친구와 전화로나마 이야기하는 일 역시 드물다. 전화 통화보다는 서로 간단한 문자를 주고 받거나 하는 정도다.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뭣 때문에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것일까.

중학교나 고등학교 가서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무슨 자격증 같은 걸 미리 따려고 한다는 친구들도 제법 있다. 그렇다면 중·고교에 가서는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하는 걸까. 학교 공부 외에 더 많은 학원을 다니기 위해서일까. 심지어 학예회를 위해 학원을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다면 학교에선 아무것도 배우는 게 없는 걸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남편은 엄마들의 극성 탓에 사교육이 만연해 있다고 푸념을 한다. 아이들이 보통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밤 10~11시라는 소리에 영어 학원과 공부방만 간신히 다니며 힘들다고 하는 우리 딸이 떠오른다. 혹시 우리 애는 체력이 달리는 게 아닐까. 유난히 감기도 잘 걸리고 쉽게 피곤하다고 호소하는 아이인데. 평소 덩치만 보고 괜찮을 거라고 안심했던 내 아이의 건강이 사뭇 걱정되는 하루다.

조미경(중앙초교 6학년 최정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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