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진행되어 오던 촛불시위가 마침내 폭력시위 논쟁으로 그 마지막 무대를 만들고 있다. 모든 싸움의 막판에는 언제나 폭력시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서 그 이해 당사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손익 계산서를 뽑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계산에 느린 이들이 살아남은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의 가장 큰 당사자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다. 계산에 빠른 CEO답게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을 전면 교체하고 내각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두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한국적 동정표를 바탕으로 국제 간 어려운 추가 협상의 비상통로를 타고 기사회생의 인내를 감당하고 있다. 이제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폭력시위를 만나면서 다친 전경의 아픔과 고통을 앞세워 국면전환을 꿈꾸고 있을 수도 있다.
다음 이해의 당사자는 야당이다. 여당이 정책적으로 죽을 쑤어 정권이 흔들릴 때 상대적으로 반대급부를 얻는 쪽이 야당이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은 촛불시위라는 초반의 횡재로 10년 정권에서 밀려난 아픔과 총선 참패라는 쓰라린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었다. 이를 더욱 굳혀볼 계산으로 개원식도 마다하고 촛불을 들고 시위대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 결과는 지금 참담하다. 앞에는 다수의 난적 한나라당이 있고 뒤에는 국회를 저버렸다는 국민의 질타로 진퇴양난이다. 옆에 같이 끼워줄 것 같던 촛불 시위대들마저 "사진 찍으러 나온 사람들"로 냉대하고 보니 이제 그들은 삼각파도를 맞이한 셈이다. 당연히 받을 세비를 받는데도 손이 부끄러울 것이고 아침에 의원회관으로 나가자니 궁색한 모습일 것이며 그렇다고 지역구에 내려가자니 면목이 없을 것이다. 아둔한 지도부를 따르다가 앞뒤의 계산이 맞지 않는 상황을 자초했다.
세 번째 이해의 당사자는 촛불시위를 주도한 인사들이다. 초반에 신기한 성과를 거둔 촛불시위대는 초반부터 얼굴 없는 선수였다. 지도자 없는 시민운동 치고는 너무나 훌륭하게 정치판을 흔들어 놓았다. 일부 언론의 지원 사격을 받기도 했지만 국회의원이 오히려 초라해 보일 정도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영웅들같이 보였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순수성이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의 저자세와 맞물린 게임에서 시민사회가 싫어하는 폭력적 우월주의와 반 영웅주의에 부닥친 것이다.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불특정 다수의 군중을 이끌고 어떤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 이 정도의 성과로 본다 해도 우리 시민 운동사에 커다란 진전일 것이다. 여기서 그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해답은 자명하지만 아마 그들은 한참 동안 초반의 승리에 도취해서 또 헛발질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다수 국민이 받아 들어야 할 계산서는 무엇일까? 경제 살리려고 밀어준 이명박 정부가 물대포 쏘는 일에 매달려 있으니 짜증이 안 날 수 없다. 비싼 기름값 때문에 드라이브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없고 영어몰입교육론으로 과외비는 더욱 늘어났다. 청년실업을 해결할 길은 더욱 암담해지고 있으며 파업의 연속으로 경제는 이제 뿌리째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광우병 쇠고기라도 먹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진정해야할 사람은 역시 국민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의 행적과 같이 정말 경박한 정부인지 아니면 명석하고 해박한 정부로 거듭나는지를 기다려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다수 국민의 계산서일 것이다. 올림픽 게임을 치르고 나면 중국사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북한이 아무리 문단속을 해도 이미 6자회담 속에 말려들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계산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 명우(한국번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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