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쇼를 하라

요즘 'SHOW'하는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가 장안의 화제다.

한 살짜리 아기가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벌떡 일어서는 '1살의 쇼'에서부터 '7살의 쇼', '20살의 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SHOW'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아버지가 구형휴대폰을 최신형으로 교체해 달라며 며느리 앞에서 구형폰으로 못을 박고 아령으로 활용하면서 몸 시위를 벌이는 '쇼'도 있다.

'7살의 쇼'는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가 한국에 있는 7살의 아들에게 영상전화를 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빠는 씩씩해진 아들의 모습을 보고 '커서 뭐가 될 거냐'고 묻는다. 이에 아들은 '대통령'이라고 대답했고 이에 아빠는 '대통령이 되면 아빠에게 뭘 시켜줄거냐'고 되묻는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탕수육'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대통령아들이 '한자리'를 챙겨줄 것으로 생각한 아빠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탕수육을 시켜주겠다는 아들의 생각이 엇갈리면서 한바탕의 쇼가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애교넘치는 '쇼(SHOW)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3세대 영상전화 가입자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선가 '쇼를 하라'는 광고카피를 따르려는 풍조가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SHOW'하는 국회의원들이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심재철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3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6월달 세비 800여만원씩 2억여원을 모아 저소득 가정 아동의 식비지원에 쓰도록 기부했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은 자신의 세비로 암송아지 4마리를 사서 지역구인 강원도 홍천·횡성군에 전달, 가난한 지역 농가에 분양하려고 했으나 선거법에 걸려 다른 방법을 찾고있다. 또 김성식 의원은 세비 전액을 사회복지센터에 기부했고 권영진 의원은 쌀 300포를 아동복지기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세비반납은 '국회를 열지도 않았기 때문에 세비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여론을 의식한 일종의 '쇼'로 비치기도 했다. 세비반납에 동참한 홍정욱 의원은 "이벤트로 보인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면서도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법안을 함께 제출한 사실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들의 세비반납이 야당의 국회등원을 압박하려는 '쇼'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야당의원들은 한 사람도 세비를 반납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신 촛불집회에 나가는 '쇼'를 벌이고 있다. 차기 당대표 경선에 나선 정세균 추미애 후보도 촛불집회 현장에 나타났고 1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매일 촛불을 들었다. 지금껏 촛불집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민주당 의원들이 쇠고기 고시관보 게재 이후 촛불대열에 합세했지만 시위대와 경찰 양측이 몰아세우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버렸다. 안민석 의원과 강기정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가 얻어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쇠고기 문제는 뒷전으로 돌리고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부터 문제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해지고 있다. '쇼'하다가 국회의원 스타일만 구긴 것이다.

사실 야당의원들이 촛불집회에 나서서 시위대의 과격행동을 자제시키는 지도력을 보이기는커녕 시위대를 부추기고 나설 때부터 국회의원들의 촛불집회 참여는 '쇼'로 전락한 것과 다름없다. '쇼'도 잘해야 박수를 받는다. 국회의원들의 책무는 '쇼'를 하는 것이 아니다. '쇼'를 해서 국민들을 웃기지도 못할거라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쇼'는 유권자인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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