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를 보지 못했더라도 적어도 영화 제목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유명한 수학자 존 내쉬(John Forbes Nash Jr.)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 영화이다. 내쉬는 천재 수학자였고 1949년 20세 때 쓴 27쪽 논문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그의 삶 이면에도 고통이 있었다. 과도한 경쟁관계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정신분열증이 발병한 것이다. 아내 알리샤의 눈물겨운 사랑과 자신의 굳은 의지로 30여년간의 투병 끝에 완벽하진 않지만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존 내쉬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론인 '내쉬 균형'이란 무엇일까?
내쉬 균형은 간단해 보이나 복잡한 이론이다. 하지만 한번 배워두면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유용한 이론이다. 내쉬 균형의 정의는 상대방의 전략을 예상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해 형성된 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휴대폰 시장을 단순화해서 내쉬 균형을 설명해 보자. 광고를 많이 하면 전체 매출액은 당연히 커질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유명모델이 광고 촬영을 할 경우 모델비만 10억원 내외이고, 광고를 15초 동안 방송하는데 최고 1천50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광고는 매출액을 올리긴 하지만 비용이 크기 때문에 순이익이 생각만큼 많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광고를 해야 되는 걸까? 아니면 하지 않아야 되는 걸까? 다음 표를 보면서 내쉬균형을 찾아보자. 이 표는 S휴대폰 제조회사와 L휴대폰 제조회사의 광고 경쟁에 따른 순이익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이 표에서는 광고 외의 유인 요인은 없다고 가정한다)
A: 두 회사 모두 광고 경쟁을 할 경우, 시장을 반씩 나누어 가질 것이다. 그러나 광고 비용 때문에 이윤은 줄어든다.
B, C: 한 회사만 광고를 할 경우, 광고를 한 회사는 광고를 하지 않은 회사의 시장을 빼앗을 수 있으므로 대박이고, 광고를 하지 않은 회사는 쪽박이다.
D: 서로 광고 경쟁을 하지 않으면 매출액은 적지만 광고비용은 없으므로 생각보다 순이익은 커진다. 이 경우 두 회사 이익의 합이 가장 크다.
단순하게 보면 두 회사 전체의 이익의 합이 가장 큰 D처럼 광고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아담 스미스 이론에 따르면 D가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균형점이 되어야 하지만 내쉬 균형 이론에 의하면 S사와 L사의 현실적인 결정은 그렇지 않다.
S사가 광고를 할 경우 L사는 300억원(광고할 경우), 200억원(광고 안 할 경우)의 이익을 예상할 수 있다. 또 S사가 광고를 안 할 경우에 L사는 500억원(광고할 경우), 400억원(광고 안 할 경우)의 이익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L사의 선택은 S사의 광고 유무와 관계 없이 '광고할 경우'이다. 광고를 할 경우의 이익이 광고를 안 할 경우의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S사의 선택도 이와 같이 구해보면 '광고를 할 경우'로 나온다. 그러므로 내쉬 균형은 표의 A에서 이뤄진다. B와 C의 경우는 일방적인 승·패가 보이므로 위험부담이 커서 두 회사 모두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두 회사의 이익의 합이 가장 큰 D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있다. 바로 담합이다. 두 회사 사이에 은밀한 거래를 통해 서로 광고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게 되면 내쉬 균형점보다 두 회사 모두 이익이 증대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문제가 있다. 한 회사가 담합 약속을 깨고 광고를 하게 된다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담합 약속을 깰 요인이 많다. 과거 OPEC의 석유감산정책이 늘 실패로 끝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쉬 균형이 현실적인 선택에 있어 가장 안정적이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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