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변태들과 교류합시다(?)

"저사람 지금 정상입니까?"

몇 달 전부터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미술 감상'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올란(Olran)이라는 프랑스 여성미술가의 작품에 대해 수업을 하는 중에 한 중년 남성이 느닷없이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아뇨, 비정상이죠! 그런데 정상이네요. 예술가는 정상보다는 비정상인 것을 추구하니까요. 좀 과장하자면, 가장 비정상적인 예술가가 가장 재능있는 예술가가 아닐까요?"라고 답을 했다.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비정상인이며, 문제아들이며, 변태들이다. 정상적인 모양이 아닌 비정상적인 모양인 '변태(變態)'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예술가들은 기성사회의 고정된 제도, 질서와 사고에 대해 딴죽을 걸고,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예술가로 성공하려면 가장 비정상적인 행동을 가장 전문가답게 밥 먹듯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불이익을 당해도 이를 감수하며 꿋꿋하게 살아가야 하는 직업이다. 정상적이고 말 잘 듣는 착한 사람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못된 직업이다.

가장 비정상적이지만 성공한 미술가들을 보자. 마르셀 뒤샹이라는 프랑스 작가는 남성용 소변기를 들고 와서 전시장의 조각좌대 위에 엎어놓고 작품이라고 우겼고,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는 곰탕용 소머리를 전시장 바닥에 놓고 그 속에서 구더기가 '꾸멀꾸멀' 생겨나 파리가 되고 전기방충기에 날아 죽게 만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올란은 보티첼리의 '비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과 같은 명화 속 여인의 얼굴 부분들로 자기 얼굴을 조합하고 성형하는 과정을 전 세계로 생중계하기로 유명하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이들의 비정상적인 짓(?)들이다. 하지만 이들로 인하여 인류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움의 변화를 가지게 되고 이들은 변화의 '촉매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지 이들 예술가가 필요하다. 침체된 사고와 정체가 있는 곳에 예술가와 예술품이 들어가면 감성과 창의력이 계발되고 변화의 새바람이 불어 기업에는 생산력이 향상된다. 그래서 선진국의 대기업들은 일정한 예산을 예술품 구입과 예술 교육비로 지출하는 '아트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그 성과가 엄청나다.

지역에도 변태로 불리는 재능있는 미술가들이 많다.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세상에 찌든 정상인들은 이들과 많은 교류를 통하여 새롭고 즐거운 인생을 향유하기를 바란다.

최규(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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