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대구시 "어쩌나"

대구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는 설치되는 것인가? 아닌가?

횡단보도 설치가 지하상권의 몰락으로 이어져 '생존권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하상인들과 '지하차도냐, 횡단보도냐를 선택할 수 있는 보행권은 기본권'이라는 시민단체와 지상권 상인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횡단보도 설치 논의가 본격 제기된 지(본지 3월 31일자 보도) 3개월이 지났는데도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지 따져봤다.

◆통행패턴을 조사한다?

대구시, 상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30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2차 간담회에서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지하차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통행패턴을 분석해보자'는 사항만 합의했다. 이달 초 대구시, 시민단체, 교동시장권, 대현프리몰 지하상인 등이 통합기구를 구성, 설문조사 및 조사 방법을 토론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달 말 예정된 3차 간담회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횡단보도를 설치했을 경우 발생하게 될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구시 이태훈 교통국장은 "대구시가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이 있는 만큼 정확한 조사와 그 자료를 바탕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그동안 대구시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에서 '없던 일'로 했다가 '다시 논의해보자'고 입장을 여러번 바꿨다. 대현프리몰 상인들의 시청 앞 집회가 계속됐고 시민사회단체의 서명운동이 펼쳐지자 줏대없는 오락가락 행정을 보여온 것이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대구시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 주무부서인 문화산업과가 이 사업의 마스터플랜에서 횡단보도를 제외하고 디자인을 하겠다는 의견이 와전됐다"며 "혼선을 빚게 한 점은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구시청의 의사소통 결여나 미지근한 업무 처리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같은 지붕을 쓰는 문화체육관광국의 의견 따로, 교통국의 의견 따로라면 횡단보도 설치 여부가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며 "4월 2일 첫 간담회 이후 2개월이 지나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도 알맹이 없는 내용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장애인연맹 육성완 대표는 "대구시가 간담회 일정을 느슨하게 잡으면서 (한일극장 앞 지하상가 관리업체인) 대현실업의 편만 드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문제가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지하상권의 '생존권'과 시민들의 '보행권'간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횡단보도가 설치될 경우 이와 유사한 곳에 미칠 파장이 커 대구시와 경찰이 전전긍긍하는 측면이 있다. 대구 곳곳에서 육교 철거, 지하차도 위 횡단보도 설치 문제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대구경찰청은 "민원분쟁만 해결된다면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와 비슷한 서문시장네거리, 반월당네거리, 두류네거리, 봉산오거리 등에서도 끊임없이 횡단보도 갈등이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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