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시 환경어젠다의 성공과 과제

사람이나 현상에 대한 첫인상을 바꾸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부정적인 것으로 새겨져 있다면 그것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몇 곱절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세인들의 뇌리에 찜통더위의 대명사로 알려져 온 대구가 이런 오명과 불명예를 하나씩 걷어내고 있다.

초록도시로의 혁명을 꿈꾸며 지난 10여 년 동안 심고 키워 온 나무가 1천만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대구의 인구가 약 250만 명이니 개인당 4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는 셈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한 그루의 나무가 50년간 자라는 동안 가지는 가치는 1억4천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대구시민들은 엄청난 자연의 富(부)를 지니게 된 셈이다. 이제 대구의 어디를 가도 산소를 만들며 물기를 머금고, 대기오염물질을 정화시켜주고 나아가 기상변이를 점진적으로 막아주는 등 막대한 환경적 가치를 되돌려주는 나무와 숲을 만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여름철 최고기온이 다른 도시는 2℃ 이상 올랐는데 비하여 대구시는 1℃ 이상 내려갔다는 소식도 전혀 우연이 아니다. 이 또한 대구시와 시민들이 쏟아 온 열정과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고유가시대에 에너지 절약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하여 전 세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지금 대구의 이런 변화는 환경도시로의 전환을 꿈꾸는 모든 도시들의 이정표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최근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환경의식과 실천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들이 대구시에서 추진 중인 공공처리시설 증축을 반대하며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집단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여름철이라 음식물쓰레기를 며칠만 방치해도 악취와 침출수 등으로 시민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거기다 쓰레기 도시라는 또 하나의 불명예까지 안게 될지도 모를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나섬에 따라 평소 하루 680t에 이르던 음식물 쓰레기가 30% 이상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다. 그 결과 일일 처리용량인 500t 남짓한 쓰레기만 발생하여 피할 수 없어 보이던 쓰레기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협상은 원만히 타결됐다고 한다. 결국 먹을 만큼만 만들고, 만든 것은 남기지 않기 위하여 노력했던 대구시민들이 환경도시로 가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든 셈이다.

대구시와 시민들의 이러한 환경도시로의 전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지난해 대구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였다. 물론 대구시의 월드컵개최 경험 등 검증된 국제대회 개최능력이 유치의 일등공신이겠지만 최근 몇년간 환경도시로의 변환 노력도 한몫을 담당하였다고 하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대기오염 때문에 스타선수들이 중국의 베이징올림픽 대회 불참을 선언하는 현상을 볼 때 환경은 이제 운동장이나 시설물보다도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스포츠축제에 발맞추어 대구시가 계획하고 있는 클린로드(clean road) 프로젝트는 도시의 쾌적한 공기를 확보하여 시민건강을 보호함은 물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열쇠가 될 것이다. 클린로드 사업은 자동차 등 도로에서 발생하는 먼지 및 재비산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선진국 도시수준의 대기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지하철 2호선 전 구간 위 도로 22.7㎞와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 도로 8㎞에 배수관로 및 세정장비를 설치하고,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활용하여 도로먼지를 주기적으로 세척함으로써 대기 중 먼지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거 낙동강 페놀오염사고 등 아픈 상처를 계기로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2006년 UN환경상을 수상하여 국제적 주목을 받은 것처럼 또 한번 대구가 국제적 환경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대구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과천을 비롯한 중앙정부에 방문하는 대구시 간부 공무원들의 발걸음 횟수와 질적인 수준이 확연히 달라졌다. 김범일 시장 이하 간부 공무원들의 달라진 모습에서 대구시의 발전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프랑스 파리가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것처럼 대한민국 대구가 국제적 환경도시로 회자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형신 환경부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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