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기업들 "하반기가 더 두렵다"

'원자재값 급등' 엎친데 '인건비 부담' 덮친다

지역 기업들의 '불안한 하반기'가 시작됐다.

초고유가와 원자재가 급등, 화물연대 파업 등 힘겨운 '상반기 터널'을 통과한 지역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인건비 상승,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노사갈등, 구인난 등 또 다른 터널을 지나게 됐다.

◆하반기가 두렵다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비정규직 입법 확대적용과 주5일 근무제 확대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당장 현실화됐다.

이달부터 상시근로자 수 20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5일 근무제(40시간 근무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염색공단 내 한 섬유업체는 이달부터 '인건비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7~9월이 섬유업계의 비수기이지만 인건비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는 것. 외국인과 내국인 등 4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이 업체는 이달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야 한다. 당장 인건비가 직원 1인당 15% 정도 오른다. 이 업체 대표는 "원부자재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0% 이상 폭등하면서 경영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내국인 근로자의 70% 정도인데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함에 따라 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이달부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이 상시 근로자 수 100~299명인 기업에, 내년 7월부터는 100명 미만인 기업에 확대 적용된다. 이 조치에 따라 이달에 인건비 대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기료도 인상될 전망이어서 원가부담도 더욱 늘어나게 됐다. 전기요금에 대해 정부는 상반기 적자 보전 조치로 상당 기간 상승압박을 버텨낼 수 있겠지만 하반기 일정 수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신 인상폭과 시기는 전기요금의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 생산용 원자재 중 가격 상승폭이 특히 높은 유연탄 계약 갱신이 하반기에 몰려 있다"면서 "이 부분을 고려하면 상당폭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사갈등으로 불안한 사업장도 있다. 대구지역 최대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한국델파이 노조가 지난달 25일 3시간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곧 전면 파업이 일어나면 매출과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사측은 우려하고 있다.

◆경기전망 최악

하반기 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체감지수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가 1일 발표한 지역 중소제조업 18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7월 중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경기수준을 나타내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74.2로 전월에 비해 7.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고유가와 물가급등으로 생산, 내수, 수출, 경상이익, 자금 등 모든 부문의 체감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

6월 중 지역 중소제조업의 기업경영상 애로요인으로는 원자재가격 상승(80.0%)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내수부진(58.3%), 물류비 상승 및 운송난(58.3%), 원자재구득난(37.8%), 판매대금회수지연(32.2%), 자금조달곤란(3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상시 종사자 수 5인 이상 지역 32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제조업 68, 건설업 75, 유통업 65로 조사됐다. 특히 제조업 BSI는 2005년 1/4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하반기 경제성장률 더욱 둔화 조짐

기업들은 민간경제연구소들에 이어 한국은행마저 하반기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자 내수가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전망을 하는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성장률을 3.9%로 수정해 1일 발표했다. 작년 말 우리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4.9%, 하반기 4.4%로 연간 4.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던 것에서 대폭 후퇴다. 한국은행 직원들조차도 한국은행이 성장률 예측치를 0.5% 포인트나 조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볼 정도로 우리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라는 점에서 민간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통상 내수가 가장 활발한 시기인 4/4분기 성장률이 3/4분기보다 더 낮을 것이란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반기 3.2%에서 하반기 2.7%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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