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공사가 중단된 재개발 지역이 도심 속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방치된 건물들과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빈집들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일 오후 2시쯤 대구지법 맞은편인 수성구 범어3동 재개발예정지. 150여채의 집과 상가 건물이 빼곡했던 주택가는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집들 대부분은 비어 있었고, 벽면 곳곳에는 '철거'라는 붉은색 글씨가 흉측스럽게 쓰여져 있었다.
대문이 뜯겨나간 주택에는 누군가 버린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부패한 음식물쓰레기 주변에는 악취와 함께 파리떼가 들끓고 있었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빈 주택 곳곳에는 누군가 출입한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시행사가 보상가 등의 마찰로 20%가량의 주택을 매입하지 못한데다 최근 주택경기 악화로 사업추진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20여가구 주민들은 3년째 폐허 속에서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쓰레기 투기, 유기 동물 사체 방치 등으로 전염병 발생 우려가 높고 치안도 사실상 공백상태라고 했다. 권모씨는 "빈집들이 많아 주위가 어두울 뿐 아니라 노숙자나 술 취한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워 나다닐 수도 없다"며 "폐자재를 가져가려는 절도범들까지 설쳐 불안하지만 경찰 순찰도 거의 없다"고 했다.
화재사건까지 잇따라 발생,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이모씨는 "집 바로 옆에서 누군가 불을 질러 큰일 날 뻔했다"며 "최근 3, 4차례나 불이 나 주민들이 급하게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고 했다.
보상협의가 중단되면서 남은 주민들은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집을 팔 수도, 세를 놓을 수도 없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대구 남구 대명8동 지하철 교대역 뒤편의 재개발지역 역시 사업중단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철거를 위해 재개발지 주위를 부직포로 둘러놓았지만 찢어진 곳이 많아 바깥에서 허물다만 집들이 한눈에 보였다. 특히 부직포는 담배꽁초 하나에도 불이 번질 만큼 위험스럽게 걸려 있고, 일부는 전선과 거의 맞닿아 있어 화재가 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실제 지난달 26일 오후 5시쯤 부직포에 불이 나 주민들이 대피하고 주차 차량 2대가 피해를 입었다. 주민 김모(63)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재개발지역이 방치되기 시작한 후 쌓인 쓰레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밤마다 빈집에서 술 마시고 싸우는 소리가 들려 겁난다"며 "사업부지에 세워둔 철재 기둥들은 지지기반이 약해 바람에 넘어질 위험성도 크다"고 했다.
시행사가 재개발지역 내 빈집 등에 대한 무단출입을 막고 주변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점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이 재개될 때까지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구청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재개발 추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시행사들이 난색을 표명할 뿐"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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