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원 A씨는 요즘 때 아닌 고민에 빠져 있다. 경북도의회 의장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지지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 초선인데다 지역구 일로 바쁜 탓에 후보자 공약은커녕 누가 후보인지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A의원은 "후보자 등록도 없고 공약도 없고 그러다 보니 후보 간 정책토론조차 없어 누가 출마한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런 의장선거를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경북도의회와 기초의회가 7월 초로 예정된 의장 선거를 앞두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교황선출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후보 절차나 정견 발표 없이 무기명 기표로 의장단을 선출하는 지금의 방식은 투명성이 결여된데다 후보자 공약도 알 수 없어 출마 후 정견을 발표하는 선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실제 경북지역 YMCA 의정지기단(단장 김영민)이 최근 경북도의원 5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26명)의 절반이 넘는 16명이 현재의 '교황선출식' 의장선거는 폐단이 있는 만큼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손진영 의원(영주)은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후보등록을 하지 않으니 '내가 의장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정책과 공약은 당연히 없다"며 "정책대결이 사라진 자리엔 의원 간의 자리 나눠먹기와 합종연횡만이 횡행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합종연횡 등을 통한 자리 나눠먹기 행태도 교황식 선출방식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의원수가 최소 인원인 7명뿐인 지방의회 경우 의장과 부의장을 제외할 경우 자파 의원을 2명만 확보하면 의회 장악이 가능하다는 점도 대가성 또는 금품 거래 유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타 시·도의 경우 의장단 선거공고, 후보자 등록, 후보 정견 발표 이후 의장단 선거를 치르는 일반선거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전남 여수시의회 경우 최근 의장단 선거방식을 지금까지 관례대로 해 온 '교황선출 방식'에서 '일반투표'로 전환키로 결정,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경남도의회가 선거 2일 전 후보등록을 하고 의장은 10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은 5분 이내에 정견발표를 하는 방향으로 의장단 선거 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모 경주시의원은 "지방의회는 정당정치보다 생활정치에 가까운 만큼 패거리 문화 청산 등을 위해서 의장단 선거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타 시·도에서는 의장단 선거 방식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경북은 거의 찾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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