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즐기면서 치료하기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매월 참가하는 한 세미나의 강사 선생님이 지난 27일 은퇴한 빌 게이츠를 언급하면서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것 같지 않으냐'고 물으신다. 그리고는 '여러분은 현재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는가' 질문하신다. 아무도 선뜻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아침부터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을 봐서는 즐기면서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노력하는 치과 원장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누가 "장 선생님은 지금 즐기면서 일하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명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치과의사로서 즐기면서 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대명동에 위치한 5개 특수학교 즉 보건, 보명, 덕희, 광명, 영화학교의 구강검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학생을 만날 수 있고 나를 알아보는 친구가 있으면 인사도 하고 전에 치료를 해 준 학생이 있으면 왠지 뿌듯하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구강검진을 하다 보니 학생들의 구강상태가 처음 검진 때보다 개선된 것을 볼 수 있어 괜히 우쭐해지기도 한다.

구강검진 기간 중에는 학생 건강검사도 있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건강검사 중 몸무게 측정하는 것도 장애학생에게는 힘든 일이라고 한다. 보조 선생님이나 담임 선생님 등이 먼저 몸무게를 측정하고 학생을 붙잡아 같이 저울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측정한 다음 선생님의 몸무게를 빼서 학생 몸무게를 측정한다는 것.

이때 선생님이 여자일 경우에는 괜히 민망하다고 한다. 가장 힘든 것은 키를 재는 것인데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것. 키를 재려면 똑바로 서 있어야 하는데 자꾸 도망가거나 움직여서 측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학생을 눕혀서 줄자로 측정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구강검사는 다소 쉬운 편으로, 대부분 잘 협조하지만 몇몇은 보건실에 죽어도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구강검사를 일반 의자에서 앉자 하다 보니 치과 의자에서 하는 것보다 힘든데 입을 벌리지 않아 보건 및 보조선생님, 담임선생님까지 여러 명이 붙잡아도 검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보건실에 들어오지 않아 복도에서 입을 벌려 서서 검사를 한 경우도 있고, 복도에서는 입을 벌려주지만 끝내 보건실에는 안 들어오려고 해 보건실 유리창문을 사이에 두고 '아, 하세요' 해 창문너머로 어렴풋한 구강검사를 한 적도 있다. 구강검진이 어떨 때는 힘이 들지만 끝나고 나면 내가 즐기면서 하는 일의 하나임은 분명히 느끼게 된다. 노력하는 의료인은 많지만 즐기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은 드문 것 같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즐기는 의료인은 틀림없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구강검사처럼 다른 치과치료도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생각을 전환해야 하겠다.

장성용 장성용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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