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산업현장 '연쇄부도' 공포감

자금사정 최악…상반기 741억원 부실 기록

'오일 쇼크'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기업들의 금고가 비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신흥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폭등세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의 부실 사업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의 연쇄 부도 공포감이 산업현장에 번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가 올 상반기 부실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두 741억원이 넘는 부실이 발생해 부실률이 5.1%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시기 부실률은 4.5%였으며 올 들어 경기가 추락하면서 올 상반기 부실률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비교적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차부품 회사들의 부실률이 급등, 위기감을 던져주고 있다. 지역 차부품 회사들은 44억원이 넘는 부실금액을 발생시키면서 올 상반기 부실률이 5.7%를 기록, 지난해 같은 시기(0.9%)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급증했다. 차부품 회사들의 부실률은 2005년 연간 전체로 0.8%, 2006년은 1.3%, 2007년 전체는 1.2%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무려 6%에 육박, 산업현장에 닥친 원자재 가격 폭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역시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건설업의 부진도 심각해 올 상반기 부실률이 지난해(4.1%)의 2배인 8.2%(부실금액 125억원)에 이르렀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꾸준하게 이뤄져온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섬유업체들의 부실률은 지난해(14.8%)의 절반 수준(5.8%)에 머물렀다.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본부 한 관계자는 "경기부진의 영향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 건설업이 가장 심각한 부실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며 "그동안 대구경북산업의 기둥으로 올라서온 자동차부품업체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 386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자금사정을 조사하자 "올 들어 가장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지역 기업의 자금사정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85로 전달에 비해 5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1월 자금사정 BSI가 85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자금사정 BSI가 100 미만이면 자금사정을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음을 뜻하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제조업의 경우 자금사정 BSI가 85로 전달에 비해 12포인트나 폭락했다.

비제조업은 자금사정 BSI가 83으로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80대 초반에 머물렀다.

더욱이 다음달 자금사정전망 BSI는 85로 전달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지면서 앞으로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기업들은 내다봤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