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피곤한 얼굴을 한 가수 성시경(29)을 만났다. 성시경은"내가 지금 가족들과 여행 다니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때인데"라며 담배를 입에 문다. 만성피로란다. 7월1일 군 입대를 앞둔 성시경은 지나치다싶게 솔직한 태도로 새 앨범과 입대를 앞둔 심경,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털어놨다.
성시경은 최근 여섯 번째 정규앨범'여기 내 맘속에'를 냈다. 군 입대 전 마지막 앨범이다. 앨범은 성시경과 유희열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그간 감수성 강한 발라드를 들려준 성시경은 이번 앨범에서 유희열 느낌의 모던도 가미했다. 이밖에도 앨범에는 김현철·김광진·노영심·정재형·정지찬 등 유명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참여했다.
조금 심심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사 한줄 한줄에 성시경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음반 타이틀과 같은 1번 트랙'여기 내 맘 속에'는 첫 소절이'사랑이든 일이든 내가 사랑하는 걸 정리해야한다는 건 맘이 너무 힘든 일'이다. 군입대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드러나 있다.
유희열과 성시경이 함께 작곡하고 유희열이 작사한 타이틀곡'안녕 나의 사랑'역시 팬들에게 하는 작별인사다.'이제 마지막 선물일지도 몰라''나 없을 때 아프면 안돼요'등 소절은 성시경의 심경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가사는 슬픈데 멜로디는 밝고 경쾌하다. 부조화가 오히려 묘한 조화를 이룬다.
"희열이 형이 아주 나를 보내는 가사를 썼죠.(웃음) 희열이 형이랑 밝은 멜로디의 이별곡을 만들자고 했는데 그대로 만든 노래가'안녕 나의 사랑'이에요."
무채색으로 채색된 다소 어두운 음반에는 팬들과의 이별과 음악 활동의 중단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드러났다.
"활동을 정리하는 느낌의 앨범입니다. 잘난 척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좋은 뮤지션들과 음반을 만들었는데 많이 활동하지 못해 아쉽네요. 심심한 맛이 있어도 하고싶은 음악을 그냥 했어요. 전 가수니까 음악으로 제 얘길 하고 싶었거든요."
성시경은 앨범 재킷 맨 뒷장에도 작별 인사를 적었다.'기다려달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기다려요 기다리긴, 잘 지내주세요. 건강하게 부지런하게 다시 만날 준비가 되면 제가 찾아갈게요. 따뜻한 마음, 고마운 기억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아있어요. 선명하게. 그 자리 그 곳에. 여기 내 마음속에….'
성시경은 군 입대로 자신이 팬들에게 잊혀질까 하는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인기는 물거품 같은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는 그다."팬보다는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건 아닌지를 많이 생각한다"며 2년 후에는 오히려 포장이 벗겨진 자신을 사람들이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전했다. 아쉬운 건 군대에서 잃어버릴 자신의 음악적 감성이다.
"당연히 입대해야죠. 그런데 걱정되는 건 제가 입대해서 단체생활을 통해 제 감성을 잃을까 하는 거예요. 전 가수인데 그렇게 감성을 잃고 음악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는 거죠. 그 시간 동안 제 자신에게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성시경은 2년 후 일에 대해선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유학을 가게 될지,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3수 끝에 들어간 성시경은 공부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가수 활동을 해서 공부를 덜 한 게 아쉬워요. 사회학은 정말 재밌는 학문인데…. 그래도 활동하면서 4년 만에 졸업했으니 스스로도 대견하죠. 외국에서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음악도 좋고 회계학도 좋고 그리스어도 배우고 싶고 인문학도 열심히 공부하고 싶죠. 캠퍼스에서 연애도 하고 풀밭에 누워 책도 보는 생활도 즐기고요."
이렇게 생각이 많은 성시경이 어떻게 그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장기를 선보였는지 궁금했다. 입대를 코앞에 둔 최근에도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전 음악을 할 때와 라디오 진행을 할 때 행복해요. '버라이어티 쇼'는 썩 좋아하진 않아요. 성향이 그런 상황을 잘 즐기지 못해서…. 그런데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려면 싫어하는 일 9개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돈도 벌고 좋긴 하지만 '버라이어티 쇼'에 나가 인기를 얻는 게 제 꿈은 아니에요. 사실 조금 자괴감도 느끼죠."
그는 이 얘기와 함께 사실 요즘"방송을 좀 펑크 내고 싶다"고도 살짝 털어놨다."내가 지금 12시간이나 녹화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때가 아닌데…"라는 하소연 담긴 답답함도 전했다. 말이 나온 김에 성시경은 한국의 답답한 연예계 현실이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가사를 진심으로 대하는 가수가 없어요. 다들 퍼포머고 연예인이지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거죠. 네티즌들은 누가 말실수만 하면 몰려들어 흠잡고 악플을 달죠. 마치 누구를 미워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해요."
생각 많은 성시경은 입대 전인 6월28일 마지막 콘서트'시경이가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를 열였다. 팬들은 이번 콘서트를 끝으로 2년간 그를 만나지 못한다. 성시경은"20대의 마지막 공연"이라며 아쉬움이 나타냈다. 마지막인 만큼 그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십분 보여줬다. 성시경은 7월1일 입대했다.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