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성조 의원(경북 구미갑)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대구경북 대표격으로 최고위원 경선에서 탈락했으나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쳐 대구경북의 차세대 주자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김 의원의 당 지도부 진입 실패의 그늘은 너무 짙어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구경북 정치권의 현주소를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나라당의 견고한 지지기반이었던 대구경북은 그동안 당의 주류로 대접받아 왔지만 강재섭 전 대표가 물러난 후 바로 비주류로 전락하고 있다. 7명의 최고위원 중 지역출신이 단 한명도 없는데다 2석의 임명직 최고위원 인선에서도 대구경북이 배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향후 당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민심이 반영될 통로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지역 출신의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전 대표가 잇달아 당 대표를 맡으면서 활동하던 때와 비교하면 대구경북 정치권의 당내 위상 하락현상은 확연하다. 사실상 수도권과 부산경남지역 출신이 주도하면서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뒷전으로 내팽개쳐졌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 하락은 자초한 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지역 중진들의 각성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인 2표제'로 치러진 이번 전대에서 대구경북 대의원 대부분이 김 의원에게 1표를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1천여표에 불과한 대구경북 표심만으로 김 의원을 당선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 의원들이 다른 지역 대의원들을 상대로 좀 더 적극적인 지원설득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일부 친박의원들은 친박대표격인 허태열 의원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펼쳤고, 친이계 일부는 박희태 대표를 돕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의 현장연설 직후 일부 대구경북 표의 이탈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설에 나선 김 의원이 "한나라당은 친박-친이로 나뉘어 화합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처해 있다. 당은 지난 2차례에 걸쳐 화합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지만 놓쳤다"며 "첫번째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이후 승리한 측이 패배한 측을 포용했어야 했고, 두번째는 총선 공천에서 친박 측을 배려했어야 했다"며 당내 주류 측을 공격했다. 이에 당초 박희태-김성조를 찍기로 했던 친이계 일부가 공성진 의원 쪽으로 급히 '주문'을 내리면서 김 의원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관측이다.
반면 김 의원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대의원 득표에서 김 의원은 2천245표를 얻어 정몽준(2천391표), 공성진(2천306표) 의원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여론조사를 포함한 전체 득표에서도 김 의원은 2천454표를 획득, 4위에 턱걸이한 공 의원(2천589표)에 불과 135표 차였다. 친이-친박 간 계파싸움 틈바구니 속에서 대구경북과 강재섭 전 대표의 지원 속에 고군분투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인지도가 너무 낮은 점은 김 의원에게 개인적인 숙제로 남겨졌다. 이 때문에 전대 현장에서는 "대구경북은 정치력의 한계를 노출시켰지만 정치인 김성조는 예상외의 선전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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