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가르마를 가진 남성은 어떤가
존 월터와 캐서린 월터가 만든 '가르마 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오른쪽 가르마를 타는 사람이 리더가 되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 그의 이론에 따르면, 왼쪽 가르마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왼쪽 뇌와 관련이 깊고, 오른쪽 가르마는 오른쪽 뇌와 관련이 있어 창조적이지만 신비주의적이다. 정치인과 경제계 거물급 인사들 중 대부분이 왼쪽 가르마를 한 것도 이런 이유.
이런 식의 접근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은 좌뇌와 우뇌가 매우 상호작용적으로 움직이는데 비해 남성의 뇌 기능은 여성에 비해 비대칭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할 때 고도로 분화된 뇌의 영역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바꿔 말하면, 남성의 경우 가르마가 오른쪽이냐 왼쪽이냐에 따라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뜻이다.
때문에 오른쪽 가르마를 갖고 있으면서 전통적인 남성 역할도 잘하려는 사람은 대체로 대인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크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반대다. 정치나 경제, 즉 전통적으로 남성의 이미지로 굳어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왼쪽 가르마를 하는 쪽이 유리하며, 실제 여성 CEO나 정치인이 그렇게 하고 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오른쪽 가르마를 택한 남성이다. 남자이면서 여성성을 강조하는 오른쪽 뇌나 얼굴쪽을 강조하다보니 타인에게 헛갈리는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가르마와 개인 성향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영화와 텔레비전 등장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영화감독이나 캐스팅 전문가, 헤어 스타일리스트는 좌뇌와 우뇌의 특징에 부합하는 가르마를 가진 인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존 월터는 설명한다. 물론 가르마가 없거나 대머리는 균형감 있는 인물을 선정할 때 쓰인다. 이런 경향은 '가르마 이론'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아마 왼쪽과 오른쪽 가르마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대해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 차이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와 TV에서 오른쪽 가르마를 한 사람의 역할을 살펴보면 매우 놀라운 결론이 나온다. 학문적 또는 과학적인 인물(그저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고도의 전문가), 동성연애자(특히 여성 역할),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함께하는 홀아버지 또는 이혼남,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악당, 고립되고 소외된 정신적 문제 인물 중에는 오른쪽 가르마를 한 사람이 많다.
가르마를 통해 강인한 남성상과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여성상(영화 속에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영화 '수퍼맨'이다. 작고한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신문기자인 클라크 켄트로 등장할 때에는 오른쪽 가르마를, 강인한 수퍼맨으로 등장할 때는 왼쪽 가르마를 택한다. 붉은 'S'가 새겨진 고탄력 의상으로 갈아입는 동시에 가르마도 바뀐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돌아온 수퍼맨은 다르다. 영화 '수퍼맨 리턴즈'에서 배우 브랜던 라우스는 클라크 켄트, 수퍼맨 모두 오른쪽 가르마를 한다. 가르마의 통일성을 주기 위해서인지, '여성 상위시대'를 맞아 부드러운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오른쪽 가르마를 가진 남성을 위한 변명(?)
가르마를 통해 성공 여부를 가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왼쪽 가르마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만큼 성공한 인물들도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오른쪽 가르마 인물들은 어떨까? 존 월터가 제시한 통계(고등학교 졸업앨범 등을 뒤져서 만든)에 따르면, 일반인 중 오른쪽 가르마의 비율은 5% 미만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재계 및 정계 유력 인사, 유명 영화배우 및 방송인, 음악인, 발명가 등 저명 인사들 중에서 오른쪽 가르마의 비율은 직업군에 따라 10~17%에 이른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가르마만 놓고 본다면 오른쪽 가르마 중에서 유명 인사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결론이다. 남성이 오른쪽 가르마를 가진 데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평생토록 더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특히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 이후 오른쪽 가르마 남성의 성공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보다 여성적인 감정을 표현하거나 탐구하는 데 있어 사회가 보다 관용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존 월터는 분석하고 있다.
오른쪽 가르마 남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강박증, 극단성, 괴짜스러움, 광신적, 방어적, 순진함, 사회적 부적응, 나약함, 급진적, 무기력함' 등의 성향 중 한두 가지 이상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미국에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참고할 수준일 뿐 실제로 오른쪽 가르마 남성들이 모두 이런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면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한 유명 인사들은 '감수성, 고도의 성취력, 개방성, 감정이입, 동정적, 유능한 대화 소통, 신뢰, 헌신적, 창조적, 저돌적'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인사 중 오른쪽 가르마를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다. 영화 배우 중에는 청룽(成龍), 게리 쿠퍼, 케빈 코스트너, 톰 크루즈, 휴 그랜트, 더스틴 호프만, 제레미 아이언스, 폴 뉴먼, 그레고리 펙 등이 있으며, 음악인으로는 제임스 브라운, 폴 매카트니(나중에 왼쪽으로 바꿈), 폴 사이먼,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있으며, 알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상원의원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도 오른쪽 가르마다.
아울러 유태인 집단학살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 보스니아 인종청소의 주범 라도반 카라디치, 캄보디아 '킬링 필드'를 만든 장본인 폴 포트, 신도 900여명의 집단 자살로 비극적인 종말을 맞은 종교공동체 '존스 타운'을 이끌었던 짐 존스, 역시 신도 39명이 집단 자살한 종교 단체 '천국의 문'을 이끈 마샬 애플화이트도 오른쪽 가르마였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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