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먼 준베이 하올러(我們 準備好了·We are ready)!'
8월 8일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을 한달여 앞두고 베이징을 비롯한 전 중국이 올림픽분위기 띄우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올림픽 개최 준비가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후 주석은 이틀 전인 25일에는 올림픽 교통시설을 최종적으로 둘러봤고, 28일에는 올림픽 주경기장 시설을 최종적으로 점검했다. 그의 얼굴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수척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몇개월, 그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그다.
1월 중국 남부지방에 내린 50년 이래 최악의 폭설사태, 3월의 티베트사태, 4월 산둥성 열차 충돌사고, 5월 쓰촨성 대지진, 6월 남부지방 폭우로 인한 홍수 등 올림픽을 앞두고 누군가 최악의 사고 시나리오를 짜놓은 듯 악재들이 연이어 일어나 중국은 점점 더 위기상황에 몰렸다.
그러나 이 같은 각종 악재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야 말겠다는 중국인들의 열망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죽하면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올림픽의 중국어 발음인 '아오윈(奧運)'으로 지은 경우가 4천16명에 이르겠는가.
1일부터는 시내 전역에서 보안이 한층 강화됐다. 베이징에서는 지하철을 탈 때도 개찰구마다 설치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베이징 시당국은 시범검사일인 29일 하루 동안 5만여건의 승객들의 휴대물품을 검사해 휘발유와 칼, 술 등 90여건을 압수했다. 7월 20일부터는 자동차홀짝부제도 시행된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한달 이상의 복수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고 있다. 비자를 받고 온다고 해도 한달 뒤에는 다시 '본국'이나 제3국 등으로 출국해서 비자를 재발급받아야 한다. 베이징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우리 가족 역시 7월 말 비자가 만료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비자를 연기해 주지 않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노모와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한달짜리 관광 비자를 받고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한달 후에 다시 비자를 연장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긴 올림픽 기간 이내 대혼잡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베이징으로 유입되는 외지인구도 철저히 통제된다. 베이징 변두리 곳곳에 산재한 무허가촌을 철거하고 농촌 출신 일용노동자들인 '농민공'들을 추방하고 있다. 7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황색번호판을 단 화물운송 트럭의 시내진입도 금지됐다. 대기오염을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다.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인 한 선배는 예정 날짜보다 한달 먼저 이삿짐을 싸서 보내야 했다. 7월부터는 이삿짐 센터의 화물차량도 베이징 시내로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라오바이싱(일반인)들은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의지에 잘 따르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베이징 수도공항에서부터 시내에 이르는 주요도로변에 접한 건물주들에게 이색적인 공사명령이 떨어졌다. 올림픽 한달여 전까지 건물 외벽보수공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왕징(望京)의 한인타운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날 아파트 단지 외곽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파트의 낡은 외벽에 커다란 널빤지를 붙이고 거기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용접 중인 인부에게 물었더니 "도시미관을 해치는 낡은 공공건물이나 아파트, 상가건물에 외벽 보수공사 지침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 모든 공사는 정부의 보조금 없이 건물주가 알아서 하고 있다.
한국 같으면 큰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나라의 큰 일에 한몫 거든다는 심정으로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있다. 집이 강제 철거되어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는 농민공과 단속 때문에 운행을 멈추고 선 '삼륜차' 아저씨들도 당장 먹고살 일을 걱정하면서도 올림픽을 잘 치러야 한다는 애국심을 들먹이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빨리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고희영 PD
■고희영 PD(42·여)=SBS 그것이 알고싶다, 뉴스추적, SBS 스페셜, KBS 수요기획 등 다큐멘터리 100여편을 제작했다. 현재 베이징에 거주하며 중국 전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고희영 얼굴사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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