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실 이번 여름세일이 이 정도로 영업이 잘 될 줄 몰랐습니다" (대구시내 한 백화점 관계자)
"여름이라도 우리 집은 그나마 손님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30%가 줄었습니다" (대구시내 한 목욕탕 업주)
오일 쇼크 상황으로 빠져들면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급등한 물가로 서민들의 씀씀이는 오그라들고 있지만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고급 소비는 오히려 날개를 단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희비가 엇갈리다
금요일인 지난 4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대백프라자 주차장. 평일 오후인데도 기자는 지하5층 주자창까지 차 댈 곳을 찾기 힘들었다. 주차선이 그어진 곳을 모두 채우고 겹주차를 하는데도 지하5층 끝까지 내려가야했다. 지난 주말과 휴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동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의 주차장도 혼잡을 겪기는 매한가지였다.
지난달말부터 여름 정기바겐세일에 들어간 대구시내 백화점 3곳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여름 세일에 대한 중간집계를 해 본 결과, 지난해에 비해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 신장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여름 세일의 매출 증가율은 명품이 주도하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프라자 매장 2층 해외의류 부분에서만 20%가 넘는 매출 신장율을 나타낸 것을 비롯해, 다른 백화점도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제품으로 인식되는 화장품도 높은 수준의 매출 신장율을 보이면서 '고급 소비'는 경기 위축에 영향을 받지 않음을 드러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예상외'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만큼 이번 여름세일의 영업실적이 매우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평소 세일을 하지 않던 고가 브랜드 세일이 많아 이들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활발히 지갑을 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내 백화점들은 선물 수요가 많았던 '가정의 달' 5월에도 명품 매출이 30% 이상 성장하는 등 고급 소비층의 소비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서민층이 이용하는 상가는 매출 감소폭이 보이고 있다.
대구시내 한 대형소매점 관계자는 "대형소매점도 올해는 매출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할 만큼 경기 타격이 크다"며 "그나마 생필품을 파는 대형소매점은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고 식당·목욕탕 등 서민들이 최우선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곳은 더 힘든 형편일 것"이라고 했다.
◆신용카드 사용도 급증
여신금융협회가 올 상반기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현금서비스 제외)을 뽑아보자 지난해에 비해 20.50%나 늘었다. 불경기에도 불구, 소비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들어 6월까지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145조5천800억원.
일단 생필품 가격이 올라 명목 사용금액이 커지면서 신용카드 사용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 급등해 1998년 11월(6.8%) 이후 9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에 비해 7.0% 올랐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도 무려 10.5% 급등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은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분석이다. 더욱이 카드 사용액이 많은 고급 소비층들의 소비가 많다는 것.
때문에 카드업계는 '최고급 카드'를 앞다퉈 만들어내면서 부유층 마케팅에 전력하고 있다.
◆양극화는 심화된다
실물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증권사들은 일제히 '소비 양극화'에 대비하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고급상권, 부유층 등과 관련된 '종목'은 내수 불황에도 불구, '잘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하나대투증권, 신영증권 등은 '명품'으로 유명한 현대백화점을 선호주로 꼽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영증권 서정연 애널리스트는 "소비양극화로 인한 고급소비 추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명품 이미지가 강한 백화점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했다.
화장품 관련주 가운데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상대적 강세가 증권가에서 점쳐지고 있다. 백화점 최다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설화수를 비롯해 고가 라인이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향후 '양극화 소비 패턴'에서 좋은 실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하고 있다.
경기가 향후 더욱 하강하면 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예측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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