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 나가면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다. 고향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는 뜻으로 타지에 나가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말이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대구경북 출신끼리 반목하고 싸우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싸우는 대구경북=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로 친이와 친박이라는 당내 계파가 생겼다. 또 지난 3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물러난 강재섭 전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구경북의 대표 정치인이다.
이 대통령과 박·강 전 대표는 누구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관계다. 하지만 이들은 사사건건 갈등했다. 특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불신의 장벽은 높다. 한 배를 탔던 박, 강 전 대표도 남남이 됐다.
같은 지지 기반을 두고 서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대립이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전이되고, 그 피해를 지역이 본다는 데 있다. 지역 지지층의 분열로 세력 약화를 낳는 것이다.
◆무시당하는 대구경북='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2중대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넓게 퍼져있는 생각이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 후 미국으로 떠난 이재오 전 의원 등 수도권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대구경북 출신 일부 인사들은 걸핏하면 '영남 병참기지론'을 들먹거렸다. 병참기지란 '대구경북은 표만 몰아줘라, 당은 우리(수도권)가 이끌어가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작대기론'으로 발전하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영남의 전폭적 지지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상한(?)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지난 10여년 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해 온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선택을 '몰이성'으로 매도하는 근거가 됐고 지역민들의 분노를 샀다.
대구경북 무시는 이 대통령과 박·강 전 대표 주변이나, 과거 대구경북의 맹주라고 했던 고 김윤환 전 의원의 최측근에 지역 출신이 거의 없다시피 한 사실과도 연결된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의원이나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광주 출신이다. 이들은 공공연하게 한나라당 내에서 광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 전 의원의 최측근이었던 윤원중 전 의원 역시 호남 사람이었다.
이같은 행태는 지지 기반의 외연을 호남으로 넓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대구경북=이번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선한 김성조 의원은 경선 초반 대구경북에서 전폭적인 지지 분위기를 엮어내지 못했다. 3선 의원이면 중진급으로 인정해야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대구경북 몫의 최고위원 후보로 선뜻 지지할 수 없다는 의원들이 적잖았다. 초선이 재선을 인정않고 재선도 3선 이상 중진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곳이 대구경북이다.
강 전 대표가 과거 원내대표와 부총재 경선에 나섰을 때, 지역에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이와 관련 "대구경북 정치권의 정치적 위상을 찾아야 한다고 말로는 떠들면서 정작 누군가 총대를 메겠다고 나서면 '누구는 어째서 안 된다'거나 '깜이 안 된다'며 발목을 잡아온 것이 대구경북이다"면서 "이제부터라도 그런 타성에서 탈피해 조금 못나도 예쁘게 봐주는 등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조 의원이 당 지도부 진입에 실패한 뒤 지역의 한 의원은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비주류 세력의 본거지가 됐다. 이제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라고 한탄했다.
대구경북이 이처럼 단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른 의원은 "아직도 받은 설움이 모자란 탓"이라고 자조하며 "이 대통령, 박 전 대표 등 지도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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