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들 "돈 떼이면 어쩌나"…신용위험지수 급상승

'오일 쇼크'가 닥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올 3/4분기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최근 몇년새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 인상에 따른 실질소득 및 일자리 감소 등으로 가계 부문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 여신업무 총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7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2/4분기(34)보다 10포인트나 높은 44를 기록, 2003년 3분기(50)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지난해 1/4분기까지만 해도 9에 머물렀으나 올 3/4분기 예측치가 44로 올라서면서 불과 1년여만에 5배나 올라버렸다.

고유가에다 이에 따른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기업이 크게 늘 것이란게 은행 중소기업 여신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전망.

대기업 역시 지난해 4/4분기 0이었던 신용위험지수가 3/4분기에는 6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지면서 대기업의 신용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도 올 3/4분기 25로 전분기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4년 1분기(29) 이후로 4년여 만에 최고치다.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대출금리 인상, 고용부진 등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은행들이 늘면서 가계 신용위험지수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중기 및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출 문턱을 큰 폭으로 높이겠다는 응답은 하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에 대한 위험 관리를 강화하겠지만 은행 수익성 제고를 위해선 중기 및 가계대출을 무작정 줄일 수 없다는 것.

은행들은 또 지난해말 이후 신용위험지수가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이미 '위험 관리'를 해왔으며 이에 따라 향후 대출 태도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출은 과거보다 더 신중하게 하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신용위험관리 테두리를 크게 벗어날만큼 대출을 급작스레 줄이지는 않겠다는 것.

실제로 대구은행의 경우 올들어 5월말까지 중소기업대출 순수 증가액이 6천500억원으로 지난해(6천534억원)와 엇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준 상태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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