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이 좋은 전문대학인 시대다. 하지만 실상 취업률이 높은 학교보다 학생들을 좋은 곳에 취업시키는 학교가 '알짜'라고 주장하는 전문대학이 있다. 영남이공대학은 새로운 '학사진로개발프로그램 ICPP'로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남이공대학은 지난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사제도개선 시범전문대학으로 선정됐다. 'ICPP'의 핵심은 책임교수제다. 학생과 책임교수를 연결, 밀착상담을 통해 학생의 진로계획을 함께 세운다. 그리고 계획에 따른 체계적 교육훈련과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대학이지만 특정 몇몇 학과를 제외하면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을 가진 채 입학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교수와 밀착, 본인의 앞날을 함께 준비하게 한 프로그램이다. ICPP 프로그램은 이렇다.
학생에 대한 적성검사를 통해 적합한 직업을 탐색한다. 목표 직업이 정해지면 필요한 경력과제를 알아보고 준비한다. 자격증을 딴다거나 토익 성적을 목표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도교수는 계속해서 평가하고 목표를 업그레이드한다. 기업에 이력서를 낼 때조차 함께 준비한다.
지난해부터 ICPP 프로그램을 거친 졸업생들이 배출되면서 영남이공대학의 학생진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했다. ICPP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기계과 졸업-평화산업 개발영업팀 취업 정성훈씨
2008년 1월부터 평화산업에 취업한 정성훈씨는 본인이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ICPP 프로그램 덕분이라 말한다. 정씨는 원래 평화산업 기능직 근로자였다. 약 2년여간 기능직으로 근무하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2006년 영남이공대학에 입학했다.
마침 영남이공대학에서 ICPP 프로그램을 시작하던 해였다. 정씨는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지도교수와 진로 상담을 했다. 그러던 중 영남이공대학에 '평화트랙'이 있음을 알게 됐다. 평화그룹은 영남이공대학 1학년 학생 중 자신의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미리 선정, 졸업 후 평화그룹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2학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트랙 장학생 선발기준은 학점·토익·면접이었다. 정씨는 부족한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ICPP에서 연중 무료로 실시하는 방과 후 영어교실에 적극적으로 참여,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정씨는 "사실 대학에 진학해도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지 막연하기만 했다. 막상 졸업 때에 닥쳐 취업을 알아보면 마땅한 일자리가 없게 마련이다. 그런데 입학하면서 교수님과 상담하면서 진로를 정할 수 있었기에, 시간낭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자정보계열 졸업-일본 나고야 FAITH 취업 김종순씨
김종순씨는 대학 입학 때부터 해외로 취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다. 하지만 막연히 해외로 나가고 싶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김씨를 상담했던 지도교수는 대학 내 일본취업 특별반이 있다며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김씨가 일본취업특별반 강좌를 들었음은 물론이다. 일본취업의 관건은 일본어 능력이다. 김씨도 정씨처럼 영남이공대학의 ICPP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무료 일본어 특강을 들었다. 또한 ICPP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기업 체험연수를 다녀왔다. 어학 능력과 취업 경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고 왔음은 당연한 일. ICPP 프로그램의 일본취업 특별반은 모두 17명이었는데, 지금 전원이 일본에 취업했다.
◆식음료조리계열 졸업-리더스클럽 취업 오정은씨
오정은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외식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하얀 요리사 모자와 멋지게 데코레이션된 음식들에 대한 동경 수준이었을 뿐이다. 오씨는 영남이공대학 ICPP 프로그램을 통해 지도교수와 상담을 하면서 영양사와 조리사의 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현실적인 미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당교수가 영양사 쪽을 적극 추천했다. 교수는 오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적극적인 학생이라 느꼈다고 한다. 기획력도 뛰어나고 발랄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조리 쪽보다는 외식업이나 연회 쪽에 적성이 맞는 것 같다며 조언해주었다.
영남이공대학은 리더스클럽과 주문식교육 협약관계를 체결한 상태였다. 리더스클럽은 국내 연회업계에서 손꼽히는 곳. 오씨는 리더스클럽을 취업 목표로 정했다. 취업을 위해 영양사 자격증과 위생사 자격증 두 개를 땄다. 꿈은 연회업계의 능력있는 중견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꿈은 허황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 오씨는 이렇게 말한다.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찾아갈 수 있는 교수님이 있다는 사실에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같이 취업 걱정하는 선배들을 찾아갔다면 함께 술이나 마시고 말았을지도 모르죠."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 "학생 개인별 '진로개발 교육' 취업 큰 도움" 영남이공대학 김춘중 학장
"졸업 후 진로가 예정된 일부 특수학과를 제외한 대다수 학과의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재학 중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제때 정상적인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취업 후에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부적응으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상당히 있지요."
영남이공대학 김춘중(61·사진) 학장은 "이 때문에 앞으로 전문대학들은 단순 취업률을 자랑하기보다는 취업의 질과 취업 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하느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취업에 대한 준비는 빠를수록 좋으며 대학들은 보다 세심하게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파악하고, 학생의 진로목표에 맞는 맞춤식 교육훈련을 통해 학생들의 목표달성을 체계적으로 지원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김 학장의 생각은 학생진로개발프로그램 'ICPP' 개발로 이어졌다. "이미 전국의 많은 대학이 벤치마킹을 해갔습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ICPP를 도입한 곳도 있어요.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해서 우수한 현장 기능 인력을 많이 육성, 지역 산업에도 기여하고 학생들에게도 만족을 주는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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