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돌봐준 할머니의 은혜에 보답한 상주 '의로운 소'가 마지막으로 낳았던 새끼 '누렁이 2세'가 이웃 축산농가에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로운 소'는 지난해 1월 자연사하기 전까지 많은 새끼를 낳았지만 모두 어디론가 팔려나가 행적을 알 수 없고, 상주 시민과 전국의 신문·방송에서도 어미소가 죽기 직전까지 함께했던 '누렁이 2세'에 대해서는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그런데 어미소가 죽기 전에 낳았던 마지막 새끼가 두살의 어른 암소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로운 소 누렁이 2세'에 관한 이야기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
누렁이 2세는 현재 이웃 동네 김억수(51·사벌축산 대표)씨의 축사에서 특별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다. 김씨는 어미소가 죽기 전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주인 임봉선(74·사벌면 묵상리) 할머니의 연락을 받고 당시 4개월 된 새끼 누렁이를 데려와 키운 것.
그는 "당시 어미소가 너무 늙어 새끼에게 젖을 먹일 힘조차 없었다"며 "영양부족 상태에 있는 송아지를 데려와 알뜰히 키운 결과 이제는 의젓한 어미소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의로운 소'는 앞집 할머니와의 특별한 사연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이 소는 평소 말을 걸고 먹이를 주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김보배(당시 87세) 할머니가 사망하자 묘소를 찾아가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겨우 달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앞집 김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영정에 '문상'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해 죽어갈 때도 가슴 뭉클한 사연을 남겼다. 먹이를 먹지 못한 채 일주일 동안이나 애를 태우던 중 김보배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여주자 사진을 핥으며 애정을 표시한 후 그날 밤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가 TV에 방영돼 또다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의로운 소'가 죽자 상주시는 꽃상여를 준비, 정성껏 장례식을 치렀으며 상주박물관 부설 전통의례관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무덤을 마련해 줬다.
한편 죽은 어미소의 옛 주인인 임봉선 할머니는 요즘도 '의로운 소'가 살던 마구간을 비워둔 채 그리워하고 있어 더욱 애틋한 화제가 되고 있다. 임 할머니는 '누렁이 2세'가 이웃 마을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제 어미가 살던 집에서 꼭 내 손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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