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지화의 음악 막들어보기](19)재즈를 어떻게 들을까④

어차피 예술 사조라는 것이 새로 생겨난다는 것은 당시 주류(메인 스트림)에 대한 '삐딱함' 때문일 것입니다. 대다수의 동시대인들이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는 것을 몇몇이 나서 '저거 말고 딴 거 한 번 해보자'라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뜻입니다. 학창시절 음악사조를 외면서 바로크에 대한 삐딱이가 고전파, 고전파에 대한 삐딱이는 낭만파… 뭐 이런 식으로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1930년대 후반과 40년대에 들면서 재즈계는 요동을 치기 시작합니다. 물론 당시의 주류는 스윙이었습니다. 스윙이라는 것은 대개 연주자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청중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춤에 맞추지는 않더라도 여흥을 돋우거나, 파티 같은 곳에 초대된 악단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그 시대에도 즉흥연주(임프로비제이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최소한 6, 7명에서 수십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밴드이다 보니 솔로이스트들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밴드 리더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단원 전체를 먹여살리려면 리더는 음악적 역량뿐 아니라 보수를 많이 주는 클럽에서 연주를 할 수 있는 사업적 역량도 뛰어나야 했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실험적이거나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솔로이스트는 사실 설 땅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리더를 잘 만난 찰리 크리스천(1916~1942, 베니 굿먼 밴드)이나 지미 블랜턴(1918~1942, 듀크 엘링턴 밴드) 같은 선구자들은 그런대로 자신의 역량을 잘 펼쳤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밴드에서 쫓겨나거나 자발적으로 걸어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의 숫자에서 나타나듯, 앞으로 말씀드릴 밥(Bop) 시대의 선구적인 음악적 토대를 제공한 두 사람이 모두 1942년, 20대에 폐결핵으로 사망한 것은 참 아이러니컬합니다. 이들이 좀 더 살았더라면 찰리 파커(알토 색소폰)-디지 길레스피(트럼펫)-텔로니어스 몽크(피아노)-크리스천(기타)-블랜턴(베이스)-케니 클라크(드럼)로 이어지는 '황금라인'의 연주곡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

크리스천과 블랜턴이 빅 밴드의 그늘 아래서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자신의 음악을 키워나가고 있을 때 또 다른 선구자인 파커와 길레스피는 갓길만 돌았습니다. 타고난 자유분방함과 남들이 전혀 가지 않는 다른 길을 가려는 사람에게 정형화된 빅 밴드는 무덤과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들이 서로 만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척 보면 아는 법'이지요.

음악적인 것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기괴한 짓을 벌이다가 리더인 캡 캘러웨이를 칼로 찔러 쫓겨난 디지 길레스피(오죽하면 Dizzy라고 불렸겠습니까?), 그리고 역시 자신의 밴드 리더와 음악적인 문제로 불화를 겪고 뛰쳐나온 케니 클라크,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한 가장 비타협적이고, 엇길로만 나간 텔로니어스 몽크는 1939년 그 유명한 민튼즈 플레이 하우스에서 만나게 됩니다. 발아단계이긴 하지만 대개 이때를 밥의 첫 출발로 봅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41년 찰리 파커의 소문을 들은 길레스피와 몽크는 수소문 끝에 다른 클럽에서 연주생활을 하고 있던 파커를 끌고와 '연주인들을 위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akfmcpf@msnet.co.kr

Duke Ellington & Jimmy Blanton-Body and Soul(from Duke Ellington~Jimmy Blanton Era 1939~41)

Duke Ellington & Jimmy Blanton-Pitter Panther Patter(from Duke Ellington~Jimmy Blanton Era, 1939~41)

Duke Ellington & Jimmy Blanton - Pitter Panther Patter(from Duke Ellington~Jimmy Blanton Era, 1939~41)

Duke Ellington & Jimmy Blanton-Sophisticated Lady(from Duke Ellington~Jimmy Blanton Era, 1939~41)

Duke Ellington & Ray Brown- Pitter Panther Patter(from This One_s For Blanton,72)

Duke Ellington & Ray Brown- Sophisticated Lady(from This One_s For Blanton,72)

Duke Ellington & Ray Brown- Things Ain_t What They Used To Be(from This One_s For Blanton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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