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금강산 여성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위기 관리 시스템이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8시간 30분 만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해체안을 마련했는데 과거 정부가 제대로 이뤄놓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것을 무조건 반대하고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문제 제기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현 정부의 대북 대화 채널에 큰 문제가 있다"며 "정부와 북한의 직접 대화 채널이 막혀 있어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게 더 늦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선 12일 이 대통령도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이 나에게 보고되는 데 무려 2시간 이상 걸린 것은 정부 위기 대응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11일 오전 11시 40분쯤 통일부로부터 사건을 보고받았으나 1시간 50분 뒤인 오후 1시 30분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는 합참 보고가 있어서 혼선이 있었다"며 "금강산 관광객 사망 1보가 대통령에게 즉각 전달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것도 김 외교안보수석이 대면 보고했다는 설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차량 이동하는 도중 유선 보고했다는 설로 엇갈린다. 만약 차량 이동 중 보고받았다면 예정된 대북 중대 제안을 그대로 강행하느냐 마느냐를 판단할 여유가 이 대통령에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북한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도발을 저질러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청와대 보좌진은 늑장 보고와 정무적 판단 미숙으로 이 대통령에게 남북 당국 간 전면 대화를 제의하게 했다가 북한에게 깨끗하게 거절당하는 수모만 안긴 셈이 된다.
위기 관리 시스템의 구멍은 이미 예고된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현재의 청와대 위기정보상황팀은 참여정부의 NSC 위기관리센터가 축소 개편된 것. 팀장이 1급에서 2급으로 낮아졌고 인원도 20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특히 위기정보상황팀은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 때 신설된 임시조직으로 대통령 직속에서 대통령실 산하로 되어 있어 위기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국정원과 군 당국의 대북 정보 파악 능력의 한계도 이번에 드러냈다. 북한이 현대아산 측에 11일 오전 9시 20분쯤 사건을 통보했으나 동해선 출입사무소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군 당국과 대북 종합 첩보망을 갖고 있는 국정원은 2, 3시간이 지나도록 까맣게 몰랐다.
봉하마을 'e지원시스템' 자료 유출 논란에서 보듯 전현 정부 간의 단절에서 근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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