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콩달콩' 공동체 운동…의성 청암공동체

청암공동체 회원들이 유기농으로 생산한 의성마늘을 들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청암공동체 회원들이 유기농으로 생산한 의성마늘을 들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청암공동체는 개방화시대를 맞아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에 맞서면서 사람과 땅 그리고 자연을 중심으로 생명농업을 실천하는 의성지역의 대표적인 친환경 유기농단체이다.

의성군 점곡면 윤암1리를 중심으로 5개 마을 40∼70대 농민 45명(회원 30명·비회원 15명)으로 결성된 청암공동체는 농촌 부흥운동과 함께 마늘·쌀·사과·고추·자두·콩 등을 유기농으로 생산해 부농의 꿈을 일궈가고 있는, 경북에서도 몇 안 되는 유기농 공동체.

이 단체가 결성된 것은 2001년 1월이지만, 농촌에서조차 '유기농법'이란 단어가 생소했던 1990년대 초반부터 이재국(57) 회장을 비롯한 일부 농민들은 윤암1리를 중심으로 마늘과 양파를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왔다.

청암공동체의 회원들은 이력도 특이하다.

의성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조장래(44·연세대 졸)·김도희(43·이화여대 졸) 부부는 대학시절 상주와 안동에 농촌봉사활동을 왔다가 1991년 졸업한 후 결혼하면서 의성에 자리 잡은 경우. 조씨 부부는 이제 4만3천㎡의 농지에 사과와 양파·쌀 등을 재배하는, 의성에서도 손꼽히는 농사꾼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귀농자인 전민철(41·명지대 졸)씨도 농촌활동을 왔다가 의성에 정착했다. 그는 청암공동체 간사를 맡으면서 올해는 농지 2천㎡를 임대해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등 본격적인 농사꾼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공과대학을 졸업, 대도시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귀향한 남창곤(39)씨는 쌀·사과·마늘 등의 복합영농을 하면서 올해는 무항생제 한우 인증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하고 있다. 상주대 축산과를 졸업한 서갑득(40)씨는 마늘·고추·콩 등 복합영농으로 내일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귀농·귀향자와 농민이 뒤섞인 (사)한살림 단체에 소속된 청암공동체 회원들에게는 지켜야할 수칙들이 많다. 생명농업 10계명이기도 한 수칙은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 ▷자긍심을 가지고 생명 살림 세상을 열어가는데 앞장선다 ▷물질의 풍요만을 추구하지 않는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한다 ▷모든 농사를 생명물질 순환 원리에 맞는 농업으로 전환한다 ▷이웃과 함께 생태적인 지역 순환 농업을 만들어간다 ▷모든 한살림 회원을 내 가족으로 여긴다 ▷생명 세상을 가꾸는데 필요한 공부에 전념한다 ▷전통적으로 건강한 농촌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힘쓴다 ▷지역 자급 기반을 높이는 데 앞장선다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켜갈 후계자 양성을 다짐하며 생명농업을 실천한다 등이다.

청암공동체 사무실 입구에는 '생산자는 꽃이고, 소비자는 열매다' 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생명농업을 지향하는 이 단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청암공동체가 생산한 농산물은 쌀 500t, 마늘 100t, 건고추 1만5천근, 사과 700t, 양파 30t, 자두 20t, 복숭아 30t, 대추 5t, 콩 등 잡곡 5t 등으로 한살림 생협과 우리농 여성민우회 생협, 농협하나로마트, 전국 친환경 매장, 의성군 인터넷 쇼핑몰 '의성장날'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재국 회장은 "청암공동체는 회원들에게 공평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영세 회원들과 노인 회원들의 농산물을 우선 판매하는 규약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약에 따라 지난해 회원 평균 조수익은 8천만원 정도로, 여타 일반 농가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청암공동체 내부에도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폭등하는 기름값과 농자재비가 적잖은 부담이다.

또 농촌이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농사철 일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것도 그렇다. 향후 자연농업의 성패와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후계자 육성 문제도 숙제이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청암공동체 이재국 회장

"땅을 살리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자연농업을 실천하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청암공동체 이재국(57·사진) 회장은 "실제로 농사 짓는 농민도, 농산물을 먹어주는 소비자도 모두 사람이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자연농업을 실천하기 어렵다"며 농업과 인본(人本)의 연관성을 이야기한다.

이 회장은 "지금도 일부 나이 많은 노인층 회원들이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공동체 몰래 벼를 심은 논이나 마늘밭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며 과거와 같은 관습농업을 시도하는 바람에, 젊은 회원들이 자연농업을 실천하기 위해 이들의 농사일을 떠맡고 있는 실정"이라며 "땅과 자연을 살리려는 공동체 의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1990년대 초 처음 유기농을 할 무렵만 해도 주위의 비웃음 속에 '이상한 사람' '미친 사람' 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으나, 청암공동체 결성 이후 그 중심 마을인 윤암1리는 경북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마을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청암공동체는 과거 가난했던 오지 마을이 부자 마을로 탈바꿈하는, 우리 농촌의 미래를 제시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성·이희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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