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로 나침반] 공부에 흥미가 없어요

Q: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해 선생님으로부터 자주 혼나는 고1학생입니다. 성적은 엉망이라 공부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 차라리 자퇴를 하고 장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A: 아카시아 꽃향기로 시골 학교의 교무실 분위기가 꽤 상큼한 어느 날이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잠시, 한 여학생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면서 무턱대고 자퇴를 하겠다고 우기는 것이다.

지난 3월에 실시한 적성검사와 학습능력검사의 결과를 학생 몰래 살펴보았다. 언어와 사회, 과학 분야에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었고 진학 적성은 법정 계열로 나왔다. 또 지능지수(IQ)도 120~130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능력은 있으나 지금까지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됐다. 그 여학생에게 중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봤더니, 한참 망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부모가 공부를 잘하는 오빠와 비교를 자주하고 오빠만 좋아해 그 반항심으로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 했단다. 그래서 부모님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시골 고등학교로 진학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능력은 충분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아 지금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을 파악하곤 필자는 그 여학생에게 "너는 능력이 충분한 학생이니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성적을 올려보자"라고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생각한 꿈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 정말 훌륭한 꿈을 키워왔구나. 지금부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자꾸나"라고 격려해 주었다.

지금 이 학생은 공부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활 면에서도 모범생으로 변해가고 있다. 며칠 전에도 그 여학생은 학급일지를 검사받기 위해 담임 선생에게 왔다가 주변 선생님으로부터 입학할 때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칭찬을 받고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다. 필자와 새끼손가락을 다시 한 번 걸고 꿈을 위해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가기로 엄지도 찍었다. 또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고 당부도 해줬다. 먼 훗날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고 아름다운 꿈이 있었노라고 말할 수 있는 멋쟁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기출(상주고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