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라고 해서 다 갤러리는 아니다. 한번은 모 건설회사 사장님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림들의 수준이 너무 아니었다. 넌지시 물어보니, 집 앞의 갤러리에서 구입했다고 했다. 좀더 자세히 물어보니 액자도 같이 만든다고 했다. 요즘 액자집 상호가 ㅇㅇ갤러리라고 걸어놓는데 그런 곳 같았다. 그림을 걸어둔 이유도 좀 특별(?)했다. 붉은색 그림이 풍수(風水)적인 측면에서 돈을 불러들인다고.
그럼 어떤 갤러리가 최고의 갤러리일까?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갤러리일까? 지역 미술계에 대한 '기여도'와 '사명감'이 동반되지 않으면 최고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스위스 바젤아트페어의 화랑심사에도 갤러리가 위치한 국가와 지역 미술에 대한 '공헌도'를 심사한다. 단순히 매출만 많이 올린다고 심사에 통과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한 공헌 방법은 많이 있다. 최근에 오픈한 갤러리딜러가 지역의 미술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이것도 지역미술발전을 위한 공헌 가운데 하나이다.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갤러리사업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좋아야한다. 갤러리건물이 크고 사업 규모가 크다고 최고가 아니다. 무명의 작가를 선별하여 미래를 기대하며 투자하는 '혜안'이 있어야한다. 앤디 워홀을 처음 소개한 오케이 해리스 같은 갤러리딜러들은 그런 이유로 존경을 받는다. 이런 딜러의 재능은 천재작가만큼이나 존경받을 만하다. 정상적인 전속작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갤러리가 적은 현실에서, 과연 모갤러리 하면 그 곳이 발굴하고 성장시킨 작가가 단번에 매치되는 한국의 갤러리가 얼마나 있을까?
세 번째 조건으로는 '신용'이다. 미술작품은 정가(正價)란 게 없다. 믿을 만한 가격이란 믿을만한 딜러에게서 나온다. 딜러의 신용을 보려면 오랫동안 거래하는 갤러리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장기간 전속작가를 유지하는 갤러리딜러는 작가와의 신용 또한 좋다는 증거이다. 작가를 프로모션하고 관리하는 매니즈먼트 능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 필요한 조건들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언급하자.
그러고 보니 훌륭한 갤러리와 딜러들이 대구에 많이 있었다. 인공갤러리를 운영했던 황현욱선생님과 시공갤러리의 이태선생님이 대구에 있었다. 갤러리딜러가 존경받기 드문 현실에서,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미술계에 막대한 영향력과 존경을 받았던 분들이 대구에 있었던 것은 지역의 행운이었다. "대구미술계에서 인정받으면 전국에서 인정받는다"는 말이 그저 생겨난 게 아니다. 두 분 모두 작고하셨지만, 앞으로 뛰어난 갤러리딜러가 많이 나와서 좋은 전통을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최규(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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