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생각] 영어 공부 비결

"댁의 자녀는 영어를 어쩜 그렇게 잘해요."

올해 초 큰딸을 외고에 입학시킨 뒤 자주 듣는 소리다. 그리곤 덧붙여 이렇게들 묻는다. "애들 어릴 때 미국에 잠시 계셨다더니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나 봐요."

글쎄다. 그렇게 따지자면 너나 할 것 없이 어학연수를 떠나는 우리나라의 추세를 볼 때, 그 모든 아이들이 다 영어를 잘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어릴 적 우리 딸의 미국 체류 경험은 영어의 시작을 남보다 더 쉽게 해줬을지는 몰라도 영어와 우리나라 말을 연결해 생각하기엔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예를 들면 딸 아이가 'expense'라는 단어의 의미를 머리론 이해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말인 '비용' 혹은 '지출'의 의미로 몰라 "엄마, 비용이 무슨 뜻이에요"라고 묻곤 했다.

이에 반해 언니네 딸은 영어학원 등급시험을 우리 딸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고급반으로 합류한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그 아이의 늘어나는 독해력은 놀라웠다. 참고로 조카는 평소 책읽기를 즐겼었다.

엄마들의 모임에 가면 흔히들 영어는 시켜도, 시켜도 끝이 안 보인다는 푸념을 많이 듣는다. 세계화의 기치 아래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영어에 쏟는 열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학원으로, 교재로 들어가는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방학이면 배낭 하나를 달랑 메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은 더 이상 진풍경이 아니다.

감히 자녀들의 영어 만들기에 급급한 부모님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 나 할 것 없이 일찍 시작하는 영어교육 때문에 우리 자녀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읽을 시간을 놓치지는 않았는가. 책을 통해서 이뤄지는 어릴 적 많은 교감들과 언어능력은 결국 영어의 완벽한 자기 말 흡수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는지, 또 언어는 자연스러운 습관 같은 것이라는 걸 잊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얘길 하고 싶다. 비싼 학원비와 연수 비용에 목매다 정작 가장 중요한 단어 외우기 같은 기본 사항들을 엄마들 스스로 얼마나 점검하고 있는지 꼭 따져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공부에는 흔히 말하듯 왕도가 없다. 우리나라 말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딸의 노력이나 국내파로 맹렬히 공부한 우리 조카처럼 자신 스스로의 열정이야말로 결국은 영어를 제2의 모국어로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

"댁의 자녀도 영어를 얼마든지 잘할 수 있습니다."

유지애(동부중 2학년 안선호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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