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의 노트] 민감성·정교성 어떻게 키울까

"어머니, 오늘은 귀한 손님이 보이지 않아요."

우리 아파트 부엌쪽의 바깥 창틀에는 거미 몇 마리가 살고 있었다. 바깥 쪽에 대롱대롱 매달려 거미줄을 친 것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져 거미줄을 걷어버리려는 남편에게 "우리 집 귀한 손님이니 그냥 둡시다"라며 그냥 두게 했던 것이다. 매일 아침에 그 녀석들이 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거미 덕분에 요즘 우리집 아이들은 인터넷과 책을 뒤져보며 거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말이다. 그냥 거미줄을 걷어버렸으면 아이들은 거미의 형태, 구조, 생태, 번식, 먹이, 천적, 짝짓기, 거미줄, 거미의 분류에 대해 조사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이라고 하면 남과 다른 생각, 즉 독창성에 치우쳐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그것과 다른 민감성과 정교성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민감성은 주의깊게 살펴보고 새로움을 찾아보는 것이며 정교성은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자세하게 나타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생활 속에 스쳐가는 일에서 새로운 것이나 호기심이 생기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을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하며 자세하게 알아보는 활동을 통해서도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학생들의 민감성이나 정교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매월 초 그 달의 달력을 계절에 맞는 사진이나 그림을 직접 선정해 넣은 뒤 재미있게 만들어 보도록 하거나 그 달에 해야 할 일들을 달력에 목록화해 보는 것이 방법이다. 또 방학 때 가고 싶은 여행지들을 조사해 목록화해 보고 가족들이 함께 다양한 기준을 정해 장·단점을 직접 비교 분석해 본 후, 장소를 스스로 정해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부모가 체험학습 장소를 일방적으로 정해버리면 학생들은 동기화가 부족해 부모가 원하는 만큼의 효과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여행지를 정하였으면 가는 방법, 여행 때 필요한 물건을 목록화하고 직접 준비해보기, 사전에 미리 조사할 내용 탐색해보기, 여행 일정표 및 시간대별 활동 계획 세워보기 등을 스스로 해보도록 한 후,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 부모가 보충해주면 창의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의 창의성 향상을 원한다면 최적의 조건과 환경을 부모가 직접 제공해주기보다 아이들이 직접 고르고 필요한 내용을 조직화해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민감성과 정교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조언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경우든지 세세하게 간섭하는 것과 멀리서 바라보며 도와주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나저나 우리 집 거미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은 지금 그 이유에 대해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몇 가지 추리를 해놓고 그것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찾고 있지만 답은 필자 역시 알 수 없다. 필자는 아이들이 그 방법을 찾아낸다면 어떤 격려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적절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최금희(대구 학남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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