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야구에 투영된 미국사회 읽기

자본만이 승부 척도가 아닐터

미국은 가히 '스포츠의 천국'이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수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메이저리그 야구(MLB)를 '전 국민의 여가놀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을 보이고 있다. 『민훈기의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거』 민훈기 지음/미래를 소유한 사람들/632쪽/2만5천원.

박찬호가 다시 살아났다. 덩달아 최근 몇 년 박지성의 활약상이나 곁눈질하던 야구 사이트들도 간만에 빽빽한 야구 게시물들을 채워가며 신명을 낸다. 대다수의 한국 메이저 팬들은 박찬호의 성적과 그 열정이 거의 정확하게 비례한다. 우리는 그가 메이저에 갔으므로 메이저를 보기 시작했고, 그가 텍사스로 옮겼기에 또한 텍사스를 응원했다. 만약 박찬호가 없었다면 단언컨대 우리는 '그루질라넥'이나 '보카치카' 같은 선수가 제발 지금 안타를 쳐줬으면 하는 간절한 기원 따위는 전혀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메이저리그 전문기자인 민훈기 또한 그랬을지도 모른다. 90년대 스포츠조선 미주 특파원으로 일하던 그는 갑작스럽게 당시 한양대 2학년생이었던 박찬호의 다저스 입단식을 취재하게 된다. 그 뒤 그는 무려 1천판이 넘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으며, 박찬호의 활약으로 쏠린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을 수백에 달하는 양질의 기사로 해소시켜 주었다. 물론 민훈기는 박찬호가 없었어도 훌륭한 기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훌륭한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는 아니었을 것이고,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거』 같은 훌륭한 미국 야구 연대기를 집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민훈기의 저서를 읽다 보면 야구에 투영된 미국 사회의 변천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조 디마지오나 테드 윌리엄스의 커리어 공백부분은 2차 세계대전 참전기간이다. 마틴 루터 킹이 흑인의 인권을 외쳤을 시기, 재키 로빈슨은 논란 속에 다저스에서 데뷔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나 사회 양극화의 분위기는 메이저 구단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대변된다. 가난한 구단 연봉 총액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스타들이 등장한 오늘날인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그렇듯 야구가 단순히 빈부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작은 예산으로 '악의 제국'들을 번번이 때려눕히는 희대의 전략가가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수들을 발굴하는 안목, 고액 스타를 포기할 줄 아는 용기, 그리고 타율과 타점 같은 구식 수치를 거부하고 OPS나 WHIP 같은 진보적 통계를 선호하는 이성. 오클랜드 에이스의 단장 빌리 빈은 바로 그러한 '머니볼(Money ball)' 원칙으로 거대 예산의 팀들과 대등하게 싸운다. 『머니볼』은 바로 그러한 현대판 제갈공명 빌리 빈의 전략을 소개한 책이다. 소자본으로 '불가능한 꿈을 꾸는' 단체나 개인이라면, 그 '리얼리스틱'한 병법을 이 책에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유의해야 할 첫번째 사항은 절대 양키즈를 따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절대 양키즈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가 시도하는 모든 것을 세배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빌리 빈의 말)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윤동구 역/송재우 감수/한스미디어/419쪽,1만1천700원.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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