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델하우스 '찬밥 신세…'샘플하우스' 뜬다

'돈먹는 하마, 이제는 철거해야죠.'

도심 요지에 경쟁적으로 들어섰던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분양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미분양 한파로 잇따라 긴축 재정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분양이 끝나지 않은 모델하우스를 철거한 대신 공사 현장에 '샘플하우스'를 설치하고 영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모델하우스 운영에 최소한 몇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찾아오는 실수요자는 별로 없어 갈수록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현장에 샘플하우스를 설치하면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경비 절감과 함께 실수요자들에게 현장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사라지는 모델하우스

올들어 대구 지역에서 분양 끝나지 않았지만 모델하우스를 철거한 단지는 7, 8개에 이르고 있다.

A업체는 지난달 문을 연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달서구 지역내 모델하우스를 철거하고 골조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에 샘플하우스를 설치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월 4천만원 정도이던 임대료를 지주가 50% 이상 인상해달라고 요구해와 철거하기로 결정했다"며 "모델하우스를 짓는데 10억원 이상 돈이 들어갔고 영업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매달 임대료와 운영비로 5천만원 정도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입주 때까지 최소 5억원 정도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있던 모델하우스를 철거한 B업체도 막대한 모델하우스 운영비 부담을 덜기 위해 입주가 10개월 이상 남아있는 모델하우스를 철거했다.

업체 분양 소장은 "모델하우스가 워낙 요지에 있어 임대료를 포함해 연간 운영비로 1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며 "임대료가 없는 샘플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월 운영비가 1천만원 안팎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공사가 모델하우스 철거에 나서는 결정적인 이유는 비싼 임대료.

임대료의 경우 2005년부터 시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분양에 들어가면서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해 수성구 지역은 1천600㎡(500여평) 기준으로 월 4천만~5천만원, 다른 지역은 2천만~4천만원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분양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대형화된 모델하우스도 시공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여름철과 겨울철 냉난방비만 1천만원을 넘는 사례가 많은데다 넓은 모델하우스에 상담객이 끊어지면서 '썰렁함'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초기 계약에 들어간뒤 계약률이 5%를 밑돌면서 사업을 중단한채 모델하우스 철거에 들어간 단지도 3, 4곳에 이르고 있다.

◆소비자에겐 오히려 샘플 하우스가 유리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지에 설치된 샘플하우스가 실수요자들에겐 오히려 집 선택에 있어 휠씬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분양대행사 리코 CND 전형길 대표는 "입주전 현장을 방문하면 일조권 확보나 동선, 조경 등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며 "특히 샘플 하우스는 모델하우스와 달리 실제 입주 단지내 가구를 꾸민만큼 실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장 골조 공사가 끝난 일부 업체들은 샘플하우스외에도 구입하고자 하는 미분양 가구를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선택에 있어 더욱 유리하다.

샘플하우스를 운영중인 D업체 분양 소장은 "업체 입장에는 샘플하우스가 모델하우스에 비해 시각적 효과가 떨어지고 마감 자재의 품질이나 하자 여부가 노출될 수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직접 구입할 집을 보여주는 만큼 소비자의 신뢰도는 높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장점을 살려 수성3가 코오롱 하늘채와 상동 동일하이빌 등은 모델하우스외에 단지내 샘플하우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구 지역 미분양이 2만가구를 넘어선만큼 '샘플하우스'를 설치하는 업체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