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서구청 전국 첫 '반바지 출근' 화제

"고유가 시대 신선한 실험" vs "민원 상대 공무원 부적격"

대구 서구청이 에너지 절약 대책의 하나로 직원들에게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도록 한 첫 날인 15일. 직원들과 민원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공무원으로서의 기본 자세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보는 사람까지 시원하다는 반응이 함께 쏟아졌다.

이날 처음으로 구청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던 서정명(37·재난안전관리과)씨는 "시원하고 활동하기도 편해 좋았다"며 "간부급들도 동참한다면 전 직원으로 확산되겠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을 찾았던 민원인 류정현씨도 "공무원에 대한 딱딱한 이미지가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단정한 양복 차림이었다. 50대 직원 S씨는 "반바지는 너무 격의 없는 옷차림이라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생각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다른 관공서에서는 감탄 반, 비난 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모 구청 7급 여성 공무원은 "여자들은 여름에 치마라도 입지만, 늘 정장 차림을 해야 하는 남자 동료들이 안타까웠다"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6급 한 공무원은 "반바지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거북해했다.

서구청은 이와 함께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을 '야근 없는 날'로 정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후 6시 30분 이전에 퇴근하도록 하는 에너지 절약 대책도 내놓아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공무원 K씨는 "새정부 들어서 야근을 밥먹듯이 했는데, 이제는 또 에너지 절약을 핑계로 칼퇴근을 종용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민들의 눈초리도 곱지만은 않다. 김재현(31)씨는 "고유가 시대라는 핑계로 일찍 퇴근하겠다니, 기름값이 조금 더 오르면 모든 업무가 정지되는 건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한국 서구 부구청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라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이라며 "격의 없는 반바지차림이 아닌 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야근 없는 날'의 경우 가급적 낮에 일을 다 끝내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라는 뜻이지 일이 남아 있는데도 퇴근하라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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